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중소 조선사 지원 등떠미는 당국 시중은행 "돈 떼일라" 보증 고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HD현대중공업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민간 은행의 참여로 국내 중형조선사의 선수금환급보증(RG) 지원 규모를 3000억원으로, 1000억원 늘리려는 것은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대형사 위주로 성과를 내고 있고 중형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5월 연간 2000억원으로 책정했던 보증지원을 1년여 만에 1000억원 더 확대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존에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던 RG에 민간은행이 참여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과거 중소형 조선사를 지원했다가 조선업 침체로 손실을 봤던 적이 있던 은행들은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지 고민에 빠졌다. 또 이번 요청에 응할 경우, 향후 추가로 RG를 확대할 때 또다시 참여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비롯한 10개 은행은 오는 30일까지 금융위원회에서 요청한 '중형조선사 RG 발급 활성화 방안'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해 회신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중견조선사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5월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 등이었던 RG 발급기관에 서울보증보험,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을 추가했다. 또 한국무역보험공사는 RG 발급 지원 확대를 위해 중형사 특례보증의 보증비율을 70%에서 85%로 확대했고, 당시 800억원을 추가 지원해 총지원 규모를 2000억원으로 늘렸다.

매일경제

정부는 이 규모를 3000억원까지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은 좋지만 대형·중형조선소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중형조선사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선박 수주액은 136억달러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선박 수주액은 지난해 연간 수주액(299억 달러)의 45.5%에 해당한다. 또 올해 1분기 CGT(표준환산톤수) 기준으로 세계 조선소 순위에서 1위(HD현대중공업), 2위(삼성중공업), 3위(한화오션)를 모두 국내 기업들이 차지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대형조선사에 대한 RG발급에는 적극적이다.

반면 중형조선사는 인력부족과 나쁜 성적표, RG한도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30곳 안팎의 중형조선사가 있었지만 대부분 폐업하거나 인수·합병돼 현재 4곳만 남아 있다. 지난해 대한조선만 3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을 뿐 케이조선과 HJ중공업은 적자를 기록했다. 대선조선은 지난해 10월부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이라 정부의 요청을 받은 시중은행들은 선뜻 한도 확대 움직임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중형조선사들 때문에 피해를 봤던 것을 이제 겨우 회복하는 단계인데 다시 지원에 나서라고 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하는 강도를 봤을 때 참여가 불가피한 상황 같다"면서도 "은행으로선 손실이 뻔히 보이는 투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각 은행들이 대형조선사를 지원하는 규모와 비교했을 때 '3000억원'은 2~3% 수준에 불과하고 이를 각 은행들이 분담하기 때문에 설령 일부 손실이 발생해도 은행이 큰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은행권 일각에선 무보의 보증비율을 더 높여주는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C은행 관계자는 "무보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는 모습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