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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위비 분담·한국 기업 보조금 뒤엎을 수도” 섬뜩한 재선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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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지정학 컨설턴트 조기 타결 무용론
“FTA 상관없이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
한국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 그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혐의를 다루는 형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뉴욕 트럼프 타워를 나서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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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조기 타결 무용론이 제기됐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뒤집을 공산이 크다는 게 미국 지정학 컨설턴트들의 중론이다. 무역 관련 합의도 마찬가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시하고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기초한 한국 기업 보조금 지급 약속을 뒤엎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됐다.

미국 컨설팅사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ASG)의 파트너인 에릭 알트바흐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11월 미 대선 이후를 이렇게 전망했다. 알트바흐는 미국무역대표부(USTR) 중국 담당 부대표보를 지낸 통상 정책·협상 전문가다.

“대미 흑자국은 예외 없어”


그가 파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존 합의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도 예외가 아니다. 양국은 내년 말 협정 만료까지 1년 9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일찌감치 협상에 착수했는데, 정권을 탈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기 때처럼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알트바흐는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미리 합의한 분담금을 올리라고 한국을 압박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으면 방어를 돕지 않겠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나토에 더 집중하고는 있지만 한국과도 그런 대화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기존 합의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한국은 기대하겠지만, “트럼프가 (전임 행정부의) 합의에 신경 쓰느라 재협상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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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컨설팅사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의 파트너인 에릭 알트바흐(맨 오른쪽)가 22일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11월 미 대선 관련 전망을 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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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합의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재임 당시 개정된 한미 FTA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한미 FTA 재협상을 ‘승리’로 묘사하고 있는 그가 한국과의 무역을 다시 문제 삼는 게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FTA 때문에 그가 한국을 상대로 관세 등 다른 무역 조치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리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흑자를 내는 국가에는 예외 없이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투자, 트럼프가 알게 해야”


예상의 근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특한 성격이다. 알트바흐는 “트럼프는 유연하고 창의적”이라며 “합의가 존재한다고 트럼프의 창의력 발휘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하원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덴튼스글로벌어드바이저스 파트너인 존 러셀도 첫 임기 때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금지하려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은 틱톡 금지법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과거 행동으로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11월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고 의회 구도까지 공화당에 유리하게 재편되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IRA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게 컨설턴트들 관측이다. IRA가 폐기되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노리고 대미국 투자를 늘린 한국 기업으로서는 낭패다.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 부회장 출신인 태미 오버비 ASG 선임 고문은 “트럼프는 공화당 우세 지역에 한국이 얼마나 투자했는지 모를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해 인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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