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는 인간으로 그리는 그림”

존 노이마이어, ‘인어공주’ 초연에 내한
국립발레단 5월 1~5일 예술의전당서
안데르센의 일생 닮은 비극적 사랑 담겨

국립발레단이 초연할 ‘인어공주’의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왼쪽)와 강수진 단장. 강 단장은 현역 발레리나 시절 ‘카멜리아 레이디’ 등의 작품으로 노이마이어와 각별한 연을 맺은 바 있다. 사진제공=국립발레단

“어릴 때부터 춤과 미술에 다 관심이 많았는데, 안무가가 되면서 두 가지 다 할 수 있게 됐네요. 무용수라는 소중한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특권을 갖게 된 거죠.”

50년 넘게 고전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스타일로 사랑받는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85)가 밝힌 소회다. 노이마이어는 다음 달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 제200회 정기공연에 자기 작품 ‘인어공주’ 국내 초연을 앞두고 23일 취재진과 만났다.

인어공주는 지난 2005년 덴마크의 동화 작가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로열 덴마크 발레단 의뢰로 제작된 작품이다. 노이마이어는 동화 인어공주가 안데르센의 자전적 삶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다. “안데르센은 당시 젊은 남자를 사랑했지만 그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며 실연의 아픔을 겪어어요 인어공주의 주제 중 하나는 ‘금지된 사랑’이기도 하죠.”

이에 극에는 안데르센의 분신인 캐릭터 ‘시인’이 등장하고, 그의 눈물방울이 바다에 떨어지며 또 다른 분신인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흘러간다. 노이마이어는 “발레 작품 대부분이 사랑의 여러 단면을 보여주지만, 인어공주는 한 존재가 사랑을 위해 자기 세계 너머를 갈망하고 희생과 고통을 감내한다”며 “우리가 얼마나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적인 상상력도 돋보인다. 노이마이어가 안무는 물론 무대, 조명, 의상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바닷속 신비로운 분위기와 인어의 꼬리를 표현한 바지 의상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역할을 소화할 무용수도 곧 공개된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는 긴 바지를 입고서도 유려하게 움직여야 하고, 뭍에 올라와선 추한 움직임도 해야 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립발레단의 ‘인어공주’ 초연을 앞두고 내한해 23일 서울 서초 예술의전당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 사진제공=국립발레단

존 노이마이어 안무작 ‘인어공주’의 한 장면. (c) Kiran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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