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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불타는 유가…원유 수입 43% 늘어 ‘무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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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20일 무역수지 ‘비상’



이스라엘·이란 분쟁의 충격파가 한국의 수출 전선에도 미치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원유를 포함한 수입액이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를 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입이 384억6600만달러로 전년 동기(362억6100만달러)보다 6.1% 증가했다. 전년 대비 수입액은 올해 들어 1월 1~20일(-18.2%), 2월 1~20일(-19.2%), 3월 1~20일(-6.3%)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나타내다 이달 1~20일에 ‘플러스’로 바뀐 것이다.

전체 수입이 늘어난 건 원유 수입(61억3300만달러)이 43%나 불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면서 시작된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따라 원유 가격이 들썩인 탓이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대표적인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4월 1~20일 배럴당 81.1달러와 87.33달러 사이에서 움직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87.11~91.17달러로 높아졌다.

반면 수출 호조세는 이어졌다. 이달 1~20일 수출은 전년 대비 11.1% 늘어난 358억19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43.0%)·승용차(12.8%)·석유제품(14.8%) 등의 호조 덕분이다. 월간 수출액이 지난해 10월 이후 이달까지 7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원유를 중심으로 한 수입이 더 많아 무역수지는 26억47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국내 내수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2.2%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역수지가 흑자로 양호해야 하는데,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전망은 낙관적이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이달 전체적으로는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6월 이후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월간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갈 거란 관측이다. 수출 호조가 계속되고 수입 증가의 주요 원인인 원유 가격이 안정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선 국제 원유 가격이 안정화하는 데 무게를 싣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현지시각) 세계은행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에서 오르내리다가 하반기 2% 초중반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국내 물가를 좌우하는 원유 가격이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분석에 기반을 둔다고 기재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아직 정부가 낙관론을 펼칠 때가 아니다”라며 “국가 간 분쟁은 각국의 국민감정 등에 따라 언제든 예상치 않게 극단적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하 에경연)은 이란이 ①자국 원유 수출을 금지하거나 ②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원유공급 부족→원유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두고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한 번 일어나면 매우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최악의 경우’라고 본다.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원유 공급을 감소시키면 원유 가격이 1.4~2.7배로 상승할 수 있다고 에경연은 예상한다.

한편, 21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매체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해, 외국 법인이 이란산 원유를 가공·유통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리서치 회사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는 미국이 법안을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면 원유 가격은 배럴당 8.4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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