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경제 기적은 끝났나(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에서 정부가 3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이 한국식 성장 모델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FT는 그간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 보도를 내놨었다.
FT는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투자(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 대다수 전문가는 이런 투자가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전통적 성장 동력인 제조업과 대기업 부문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일부 학자는 정부가 기존 모델에 대한 개혁을 내켜 하지 않거나 그럴 능력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우려한다는 것이다.
FT는 그간 한국식 성장 모델을 뒷받침했던 두 기둥인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저렴한 한국의 전기요금이 일종의 제조업 관세 보조금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독점 제공한 공기업 한국전력이 1500억 달러(약 206조원) 부채에 빠졌다고 썼다. 또 “한국보다 노동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그리스·칠레·멕시코·콜롬비아뿐”이라고 했다.
FT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한국이 그간 미국이 발명한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강점이 있었지만, 새로운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는 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FT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선정한 120개 중점기술 중 36개 분야가 세계 1위를 차지했었지만, 2020년에는 이 숫자가 4개로 줄었다고 썼다.
저출산도 한국 경제를 어둡게 바라보는 부분 중 하나다. FT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2022년과 비교해 생산가능인구가 2050년에 35% 감소하면서 GDP는 28%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FT는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집권의 행정부로 정치적 리더십이 분열되면서, 다음 대선이 있는 2027년까지 적어도 3년 이상 정국이 교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FT는 주요 대기업의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과거 배고픔에서 시작한 ‘성장 사고’가 안주에서 비롯한 ‘현재 유지 사고’로 흘러가고 있다고도 짚었다.
다만, FT는 이러한 한국 경제 비관론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소개했다. 한국과 달리 첨단 제조업을 포기했던 많은 서방 국가가 후회하고 있으며, 미·중간 기술 경쟁도 한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견제로 중국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기업들의 서방 시장 진출이 제한될 경우 한국이 수혜를 볼 수 있고, 양안 갈등에 따른 안보 우려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FT에 “한국인 DNA에 역동성이 내재해 있다”며 “경제적 역동성을 다시 펼치기 위해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지만, 기적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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