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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직업윤리 저버렸다" 파업의사 출입금지 시킨 미슐랭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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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의료파업 관계자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공지를 올린 서울 마포구의 이탈리안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일 베키오' 내부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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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 2024에 이름을 올린 서울 마포구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의료파업 관계자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공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했는데 식당에서도 출입금지를 당했다"며 어느 식당의 공지를 올렸다. 노 전 회장은 그러면서 "식당은 사람을 가려 받아도 문제없지만, 병의원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이탈리안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일 베키오'는 최근 포털사이트 식당 소식에 공지를 띄워 "의료파업 관계자 출입 금지"라며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놓고서까지 쟁취하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했다.

이어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경우 신속한 처치가 곧 환자의 생명을 좌우한다"며 "생명의 존엄 앞에서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이념이나 사상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수술대를 찾지 못해 병원 응급실에 가서조차도 119에 전화해 수소문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 사람이 당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최소한의 직업윤리에 대한 사명감마저 저버리는 행동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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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의사의 출입을 금지한 식당 공지글. 사진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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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사장 A씨는 지난 21일 식당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잠정적으로 당분간 의료 파업에 동참하고 계시는 관계자분을 모시지 않겠다. 정중하게 사양한다"고 적었다. 그는 "누군가 그랬다. 사업가는 언제 어떠한 경우에라도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성향의 클라이언트나 고객을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라면 스스로 생각하는 본질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버리는 기회주의자로 살아온 적이 없다"며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소신으로 살아갈 것이며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불이익 또한 감수할 것"이라고 했다.

이 게시물에 의사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 22일 오후 6시 30분 기준 104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의사는 진료거부 못 하는데 손님 가려 받을 수 있다니 부럽다", "미슐랭은 차별하면 자격 박탈이라던데 미슐랭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또 A씨가 의료파업 관계자들을 향해 직업윤리가 부족하다고 한 것을 두고 "기초생활수급자에 굶은 사람들 많은데 미쉐린 가이드 요리사라면 사명감으로 코스요리를 12만원 말고 1~2만원에 공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기적이다"라던가 "시골에서도 미쉐린 먹고 싶은데 미쉐린 취약지역으로 식당 옮겨주실 생각 없나", "요리사는 자기가 부르는 게 값이라서 좋겠다. 누구는 몸 갈고 수련해서 필수 의료해도 받는 수가를 국가가 원가 이하로 설정해 놓았는데"라며 꼬집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의사들 파업이 끝나길 바라는 시민이다. 사장님의 소신 응원한다. 조만간 가족들과 식사하러 가겠다"며 해당 식당을 응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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