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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기고] 지원보다 지지 필요한 ‘건설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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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

이투데이

연인과 부부 사이, 고부 간, 부모와 자식 간에 생길 수 있는 고민을 듣고 해결해 주는 강연 프로그램이 인기다. 얼마 전에는 고지식한 아빠와 자기주장이 강한 딸 간의 의견 충돌에 관해 강연자는 지원(支援)과 지지(支持)의 차이를 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 방송됐다. 아버지로서 지원도 중요하지만, 딸이 내린 결정에 대한 지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며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다고 했다. 울림이 있었다.

지원과 지지는 비슷한 개념이지만 사전적 정의로 보면 차이가 있가. 지원은 물질적인 도움이나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금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다. 반면에 지지는 주로 상대의 목표나 견해에 대해 지지하고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차이를 고려해 보면 지원은 문제 해결 중심이지만 지지는 지속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신적 도움을 목적으로 한다. 지원이 필요할 때도 많지만 왠지 지지가 마음에 더 와닿는다.

안전을 최고가치로 여기는 건설문화 절실


그렇다면 국내 건설산업은 지원이 필요할까 지지가 필요할까. 우리는 자주 건설산업이 이런저런 이유로 위기이니, 그리고 중요한 산업이니 지원해달라고 요청한다. 어떤 때는 규제가 과하니 없애주고 사정을 봐달라고 한다. 모두 다 지원에 관한 내용이다. 최근 국내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차갑게 식어버린 건설경기를 고려하면 정부의 지원은 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인인 듯 보인다.

그런데 국내 건설산업이 처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 지원만으로 모든 문제나 어려움이 해결될지 의문이 든다. 특히, 건설 현장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의구심이 더욱 커진다. 전체 산업의 사고사망자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산업은 안전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고개를 들기가 어렵다. 이를 알기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기업도 안전관리 강화에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붕괴 사고 등으로 인해 산업을 바라보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애초 계획대로 건설안전을 기업 자율에만 맡길 수 없는 노릇이고, 건설기업도 한다고 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하니 변명만 늘어놓기도 어렵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는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 즉, 건설기업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사업의 성공 요인을 공사비와 공사 기간 그리고 품질로만 정의하지 않고, 안전을 최고 가치로 인식하는 건설기업의 문화는 필수다.

산업의 최고 가치가 안전이라는 인식하에 기업은 안전한 현장 환경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근로자가 안전 규칙을 준수하며 작업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을 지속해서 시행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다양한 기술과 정책 등을 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노력은 기업의 자발적 의지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하다. 안전한 건설 현장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 주체로서 역할과 책임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기업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에 긍정적 피드백과 응원 필요해


안전과 관련해 기업의 뚜렷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지원과 더불어 지지가 필요하다. 기업의 노력과 목표를 응원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보자. 지원 정책이나 처벌의 강화만으로는 현장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시행도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람은 종종 어려운 순간에 누군가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지지를 통한 긍정적인 피드백과 응원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훼손된 건설산업의 위상과 가치를 복원하고,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서 부여받은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기를 기대하며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보자.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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