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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울엄빠 효도여행도 여긴 싫으시대”...5년만에 절반 뚝, 발걸음 끊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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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관계 새 국면 ◆

매일경제

인첸 베이징 항공편 이용객 급감 관련 한국기업 탈중국관련 인천공항.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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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단체 관광비자를 허용했다. 코로나19로 뚝 끊겼던 한중간 여행객 급증이 기대됐지만 실상은 기대 이하다. 중국이 경기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 내수와 소비를 살리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자국 여행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에 단체 관광비자 허용 효과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 간 인적 교류가 중단되다시피 한 가장 큰 요인은 여행 수요의 급감이다. 특히 중국 여행의 대명사인 만리장성과 자금성이 위치한 수도 베이징을 찾는 방문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과 비교해 절반 가량에 그치고 있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인천과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을 이용한 전체 여객수는 14만9165명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전인 2019년 1분기(27만1568명)와 비교해 45.1% 줄어든 수치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여파가 한창이던 2018년 1분기(25만5195명)보다도 41.5%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베이징 뿐 아니라 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2019년 1분기에 비해 항공편 여객 수는 모두 20% 이상씩 줄었다.

내수 부양에 나선 중국 정부는 한국 여행보다 자국 여행 촉진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역축제 육성도 그 일환인데 대표적인 곳이 중국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린성 옌지다. 이 지역은 한국 여행 수요를 대체할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한글 간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옌벤대학 앞 대학성 건물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않은 중국 2030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전에는 중국 정부 산하 기관이나 공기업에서 ‘마이스(MICE)’ 산업과 연관해 방한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에 나서면서 한국 단체관광 수요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따이공(중국보따리상)’ 대신 온라인 구매나 현지 제품으로 대체하는 등 중국인의 소비 행태가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간첩법(방첩법) 강화 등에 따른 중국 기피 현상도 만만치않다. 중국 당국이 규정할 수 있는 잣대가 자의적일 수 있다 보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단속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중국 출장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출장을 간다 해도 갑작스러운 억류나 휴대폰 압수에 대비해 ‘대체폰’을 가져가는 사례도 등장했다.

환율과 비자 문제도 중국을 찾으려는 한국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1년 새 일본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반면 중국 위안화 가치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게다가 중국 여행을 하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비자를 받아야 한다. 30일짜리 관광비자를 셀프로 신청하면 약 4만5000원의 비용이 들고 발급까지 4~5일가량이 소요된다. 대행사를 이용하면 비용은 배로 늘게 된다. 현지 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식당이나 가게에서 결제가 어렵고 택시를 잡기가 힘들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탈(脫)중국’ 현상도 한·중 간 인적 교류가 줄어든 원인 중 하나다. 미·중 패권경쟁 심화와 중국 경기 악화 등의 여파로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국 내 생산시설을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면서 중국 출장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현지 신설 한국 법인 수는 205개에 불과했다. 10년 전인 2013년 834개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와 산업연구원·중국한국상회가 지난해 말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을 상대로 공동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0%가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가장 큰 애로로 ‘현지 수요 부진’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수출 부진’(16.6%), ‘경쟁 심화’(16.1%),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8.8%)을 택한 답변이 많았다.

반면 베트남 현지에 신설된 한국 법인 수는 급증하고 있다. 2013년 334개에서 2019년 911개까지 약 3배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2021년 234개까지 줄었지만 2022년 303개, 2023년 373개를 기록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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