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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전문기자 칼럼] 캄보디아에서 빛난 K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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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찾았다. 제32차 매경 글로벌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공항에 내려 행사장인 프놈펜 소피텔호텔로 가기 위해 모니봉대로를 달렸다. 반듯한 도로 옆에 우리에게 익숙한 회사명이 눈에 띄었다. '현대자동차'. 현대차 쇼룸에는 팰리세이드, 스타리아, 싼타페, 스타게이저 등이 전시돼 있었다. 이 차들은 DKD(Disassembled Knock Down) 방식으로 캄보디아 코콩 공장에서 조립된 제품들이다.

현대차 캄보디아 총판은 캄코모터다. 캄코모터는 조립생산, 판매, 애프터서비스, 순정부품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캄코모터는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1300여 대의 현대차를 판매했다. 점유율은 약 10%로, 업계 3~4위 수준이다. 목표는 포드와 도요타를 따라잡고 1위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성장을 이끌어낸 것은 박주봉 대주·KC그룹 회장의 기업가정신이다. 박 회장은 2014년 10월 캄코모터를 인수했다. 내수 기반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다. 당시 대주중공업은 자동차용 머플러 등을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었다. 차 부품 제조 역량을 보유한 만큼 DKD 비즈니스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경주 공장에서 차량을 분해한 후 캄보디아 코콩까지의 운송은 자체 역량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박 회장이 캄보디아 사업 시작 후 강조한 것은 철저한 현지화다. 캄코모터 전체 직원 364명 중 한국인은 3명뿐이다. 평균연령 28세인 MZ세대 중심 회사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필리핀, 중국, 프랑스 등 국적도 다양하다. 또 캄코모터는 고아원 봉사활동과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 현지 대학과 산학 협력 등을 통해 캄보디아 기업으로 뿌리내렸다. 인수 당시 10위권 밖이었던 캄코모터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승용차뿐 아니라 군에 특수차량까지 공급하며,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다. 박 회장은 캄보디아 총리로부터 훈장도 수여받았다.

그의 도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차에 이어 뷰티, 식음료(F&B)로 사업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또 하나의 대주·KC를 세운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창업 때부터 "나의 처음과 끝은 기업가정신"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려운 집안 환경을 극복하고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창업했다. 단돈 150만원으로 구입한 덤프트럭이 사업의 시작이다. 남들보다 덜 자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며 회사를 키웠다. 조 단위 중견기업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다.

그의 기업가정신의 원동력 중 하나는 원칙이다. 원칙은 기업 경쟁력과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가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막내아들이 격·오지에서 군대 생활을 할 때에도 아들에게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칙과 더불어 긍정도 기업가정신 중 하나다. 세상일은 되는 일보다 안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긍정의 힘을 믿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회장도 불우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긍정과 열정을 바탕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뤄냈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결국은 바위에 구멍을 낸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에도 기업가정신이 담겨 있다. 어떤 일이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K기업가정신이 캄보디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빛나기를 기대해본다.

[정승환 (재계·한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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