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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방공망 손상” VS “장난감 수준”...때렸는데 안맞았다? 이란 피해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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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9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이란의 미사일 사진이 담긴 반이스라엘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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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에 벌인 보복 공습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공격 여부를 공식 확인하지 않는 가운데 서방 언론들은 전투기에서 발사된 장거리 미사일이 이란 방공시설을 무력화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란은 ‘장난감 수준의 초소형 드론’으로 폄하하며, 이를 즉각 격추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NYT ”이스라엘, 미사일로 이란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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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스라엘군의 F-15 전투기가 이스라엘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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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번에 공습한 곳은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州) 나탄즈 인근의 군사 기지다. ABC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전투기를 동원해 나탄즈 핵 시설 보호 체계의 일부인 방공 레이더 기지를 향해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며 “타격엔 성공했지만, 이스라엘군의 목표는 핵시설 자체는 아니고 상대의 귀중한 자산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나탄즈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핵연료 제조 공장 등이 있다. 서방 매체와 이란 언론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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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국 정부 이미지 분석가 크리스 비거스는 20일(현지시간) 이란 이스파한주 공군기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사진 크리스비거스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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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도 이란·서방 정부 관계자의 발언, 위성사진 분석 등을 통해 이스라엘 무기가 이스파한 제8 셰카리 공군 기지 S-300 대공 시스템 레이더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공군기지의 다른 구역과 인근 공항 등엔 피해를 주지 않고 대공 방어 시스템만 정밀하게 타격했다”며 “이스라엘은 ‘이란의 대공 방어 시스템에 탐지되지 않고 해당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계산된 공격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에 어떤 무기를 동원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발사된 최소 1기 이상의 미사일엔 이란의 레이더를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민간 위성업체 움브라 스페이스가 19일 오전 촬영한 이스파한 군기지 비행장의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이미지를 지난 15일 촬영 사진과 비교한 결과, 이곳에 설치된 S-300 방공 시스템의 레이더로 추정되는 장치가 훼손된 잔해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피해 없다, 창문 깨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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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남성이 이란의 미사일 사진이 담긴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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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 당시 외부에서 이란 영공으로 진입한 어떠한 미사일이나 드론, 전투기도 감지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이란 영토 내에서 발사된 소형 폭발 드론을 이스파한 지역 상공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는 미국 ABC뉴스 보도에 즉각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이스파한 군 기지에 설치된 군용 레이더 등이 공격 표적 중 하나였으나, 유일한 피해는 몇몇 사무실 건물의 유리창이 깨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공습이 아니었다”며 “드론이 아니라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이번 공격 수단이 미사일이 아닌 쿼드콥터(회전 날개가 4개인) 드론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몇 년간 이스라엘이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군사작전과 유사하다는 근거를 대면서다.

지난 2022년 5월 쿼드콥터 드론 여러 대가 테헤란 외곽의 파르친 군사기지를 공격해 엔지니어 한 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2월에도 이란 서부 케르만샤의 군용 드론 생산 시설에 쿼드콥터 드론 6대가 침입해 폭발했다.

그런데 이란의 주장대로 쿼드콥터 드론 공격이 있었다면, 이는 이란 측에 더욱 위협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관련, 조상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교수는 "항속 거리가 짧은 쿼드콥터 드론을 조종하려면 표적 시설 근처에서 레이저 표적 지시기로 종말 단계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이는 이스라엘의 내부 동조자 내지는 요원이 이란 영토 내에 침투해 있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제트 엔진을 장착해 항속 거리가 2000㎞ 가량인 샤헤드 드론과 달리, 소형인 쿼드콥터 드론은 항속 거리가 10㎞ 안팎에 불과하다.

또 S-300을 포함한 대공 시스템은 기지 내에서도 보통 수시로 진지(위치) 변경을 하는데, 이를 이스라엘이 정확하게 타격했다는 것도 이스라엘이 정찰·감시 및 정보 능력을 과시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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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경제난에 전쟁은 끔찍” 두려운 이란 주민



한편 이스라엘의 공격 소식을 접한 이란 현지인들은 동요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NYT는 “이스파한시 주민들은 외견상으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보복과 재보복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파한 출신의 기술자 메흐르다드는 “나와 임신 중인 아내는 폭발 소리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연간 물가상승률이 50%에 이르는 끔찍한 경제 상황 속에 전쟁까지 일어나면 우리 생활 여건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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