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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총선 이모저모

[취재썰]"무소속으로 뛰는 기분이었다"…낙선자들이 밝힌 한동훈 체제 총선 참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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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로 나타난 한동훈 전 위원장

'원톱' 부작용으로 선거 막판 과부하

"연락 안 된다" 후보들과 소통 부족

'이조심판' 세심한 메시지 관리 실패

그럼에도 대권후보 2위, 재기 가능성은?

총선이 끝나고 두 번째 주말을 맞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깊은 패배감에 빠져있습니다. 참패 책임을 지고 수장은 물러났고, 당은 혼란스럽습니다. 중진의원 간담회, 당선자 총회, 초선의원 간담회, 상임고문 간담회, 낙선자 간담회까지 성토대회는 매일 열렸습니다. 하지만 지도부 구성은 여전히 요원하고 "지난 총선보다 5석 더 얻었다"며 대선은 이길 수 있다는 낙관론에 낙선자들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총선 직후 사퇴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당에선 책임론과 정치신인으로서 할 만큼 했다는 동정론이 함께 나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 특히 낙선자들은 한 전 위원장이 재기하기 위해선 이번 총선 참패의 결과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한 전 위원장의 실책을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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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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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톱 지도부' 시작은 좋았지만

과부하 걸린 한동훈

수도권 낙선자 A씨는 "원톱 시스템이 가장 문제였다. 문제가 생겨도 선대위가 일절 대응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다수의 낙선자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1인 플레이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당의 '구원자'로 등장한 한 전 위원장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그만큼 단기간에 높은 관심을 끌어냈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달리 한 전 위원장 개인 지지율과 아울러 당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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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치고 당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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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가 시작되자 터져 나왔습니다. 어느 순간 당은 한 전 위원장의 의사결정만 기다리게 됐습니다. 당의 거의 모든 메시지는 한 전 위원장을 통해서만 나갔고, 힘을 얻었습니다. 정신없이 선거판이 돌아가는 와중에 대부분의 입장문도 한 전 위원장이 혼자 작성한 거로 전해집니다.

한 영남권 낙선자 B씨는 "야권에서는 중량급 인사들이 함께 공세를 퍼부었지만,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하고 사실상 당의 입장을 피력할 적극적인 스피커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결국 한 전 위원장도 비공개회의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대변인들이 당번제로 위원장의 외부 일정을 동행하고, 일부 당직자들이 스피커의 역할로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선대위에 합류한 나경원, 원희룡, 안철수 등 거물급 인사들은 본인들의 선거가 녹록지 않아 선거 내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못했습니다.

하루 10여 차례 유세현장을 혼자 뛰던 한 전 위원장은 결국 선거운동 마지막 날 탈진했습니다. 선거 초반부터 권한과 역할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서 선거를 '함께' 뛰었어야 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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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전화해도 답 없어"

"유세 거부할까 고민도"

소통 못한 한동훈-후보들



한동훈 위원장 원톱 체제는 후보들이 한 전 위원장과 소통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낙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위원장과 소통이 안 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수도권 낙선자 C씨는 "한 전 위원장이 전화도 안 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며 "우리 지역에서 유세를 하러 온다면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 사전에 조율해야 하는데 전혀 상의하지 못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지역 유세를 거부할까 싶었다"라고도 했습니다.

중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전략으로 유승민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하거나, 개혁신당과의 전략적 연대에 대한 건의도 내부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고 합니다.

지도부의 정보 공유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비공개 판세 분석 결과는 후보들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한 수도권 낙선자 D씨는 "소수의 지도부만 자료를 공유해 후보자들은 내용을 알지 못했다. 당의 분석을 토대로 약한 지역, 연령대를 분석해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며 "무소속 후보로 뛴 거나 다름없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좀 더 소통을 열어두고 세밀한 전략을 짰어야 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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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심판' 메시지 실책

하루종일 똑같은 연설만 반복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이재명·조국(이조) 심판론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낙선자들은 이 프레임을 들고나온 게 뼈아픈 실책이었다고 회상합니다. '정권심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야권을 향해 또다시 심판론을 꺼내 들면서 오히려 정권심판 민심을 부추긴 꼴이 됐습니다.

선거 초반엔 "운동권 청산"을, 후반부로 가면서는 "쓰레기 같은 말" 등 거친 언어를 사용했는데, 수도권 유권자나 중도층을 포용하는 데 독이 됐습니다.

콘텐츠도 부족했습니다. 총선 전날(9일) 한 전 위원장은 서울 전역을 돌며 15차례 연설을 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천편일률적이었습니다. 〈투표 독려→금투세 폐지·서울-경기 재편 등 공약→김준혁·이재명(혹은 조국·양문석) 비판→투표 독려〉의 구조였습니다. 지역에 따라 민심과 관심도 다르지만 그런 맞춤형 호소는 부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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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대한민국살리기' 청계광장 22대 총선 파이널 총력유세를 마친 뒤 이동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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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갑에 출마했던 손범규 전 후보는 "한 전 위원장이 인천에 왔을 때도 대부분 선거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했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욕하면 표에 도움이 되겠나. 인천 발전을 위한 정책과 민생을 위한 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위원장의 메시지가 바뀌긴 했지만 빨리 깨닫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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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대통령감 2위

지방선거·전당대회 등판설 솔솔



앞으로도 '총선 참패'의 그늘은 아른거리겠지만 한 전 위원장의 정치생명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습니다. "한동훈은 고생했는데 용산(대통령실)이 안 바뀌면 무슨 소용이냐"며 한 전 위원장을 두둔하거나, 한 전 위원장을 제대로 뒷받침할 당의 선거 시스템부터가 미흡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1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장래 대통령감'으로 한 위원장은 15%를 얻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 24%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명실상부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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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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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전당대회 등판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2년 뒤 있을 지방선거나 보궐선거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한 전 위원장에게는 탄탄한 팬층이 있기 때문에 초선을 한다고 해도 3~4선급의 베네핏(이점)을 얻고 시작하는 거"라며 "정치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당내에선 한 전 위원장이 당분간은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으로 나옵니다. 권영세 의원은 "좀 쉬는 게 맞다"(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고 말했고, 전 비대위원인 한지아 비례대표 당선인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조금 쉼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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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국회 헌정회관 앞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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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위원장은 어제(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교하고 박력 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결국 정치 복귀라는 결말은 정해졌고, 그 시점과 형식은 한 전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내디딘 첫걸음이 아쉬움을 남긴 가운데 다음 걸음의 성패 여부는 앞으로 한 전 위원장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개요〉

조사의뢰 : 한국갤럽 자체조사

조사기관 :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일시 : 2024년 4월 16~18일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조사방법 : 전화면접 (무선 100%, 휴대전화 안심번호 사용)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강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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