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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전문가 김선민 “의료, 돈벌이 아닌 국민 권리로 접근해야”[초선 당선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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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선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지난 1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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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지난 3월7일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조국혁신당의 영입인재로 입당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비례 순번 5번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30년 가까이 의료정책 분야에서 활동한 보건의료 전문가다. 199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을 지낸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등을 거쳐 여성 최초 심평원장을 지냈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의 질과 성과 워킹파티’ 여성·아시아계 최초 의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심평원장을 퇴임하고 택한 행보도 파격이었다.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 지원해 직업병 환자들을 진료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1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료실을 찾는 이들의 어깨에 한국 현대사가 얹혀 있었다”며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 당선 이후에도 흔쾌히 기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치 입문을 결심하고 지금까지 40여 일을 돌아보며 “마치 4년이 흐른 기분”이라며 “보건복지 영역에서 예인선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우선 정책 과제로는 공공의료특별법 제정을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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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당시 태백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이 지난 1월 초 병원 복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백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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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장 임기를 마친 후 행보가 화제가 됐다.

“의료 정책 공부를 30년 가까이 하면서 마음 한 곳엔 늘 산업의학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마침 태백병원에서 공고가 났고, 지원 전에 혼자 가봤더니 생각보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괜찮겠다 싶었다. 봉사하기 위해 간 게 아니라 생업을 위해 지원했고 재밌게 일했다.”

-태백병원에선 무슨 일을 했나.

“주된 업무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신 분들의 병증이 직업과 어떤 상관이 있는가를 판정하는 일이었다. 재밌다고 표현했지만 힘든 일이다. 직업병 판정을 하려면 환자가 작업하는 동영상을 다 봐야 한다.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 어깨에 한국 현대사가 얹혀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근무하고 건설 현장 일용직을 거쳐 아파트 경비 업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여성의 경우엔 병원에서 세탁일을 오래 했다고 해서 왔는데 근무 이력을 보면 2년마다 회사 이름이 바뀐다. 근무지는 병원 하나인데 하청업체가 계속 바뀐 경우였다. 환자를 보다 감정이 복잡해져 고용노동부에서 일했던 지인에게 ‘당신들이 만든 질병이니 결자해지해라’ 따진 일도 있었다.”

-흔한 이력은 아니다.

“태백병원이 공공병원이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 태백병원은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한다. 사립병원이었다면 제 월급과 벌어들이는 진료 수익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취업이 어려웠을 거다. 직업병 판정은 진료 수익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업무인데도 말이다.”

-정치를 결심한 계기는.

“당에서 제안을 안 했다면 먼저 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없었을 거다. 조국혁신당의 일관된 메시지는 검찰독재 조기종식이지만, 제 마음을 움직인 건 ‘사회권 선진국’이란 단어였다. 복지국가와는 차이가 있다. 건강권, 주거권, 보육권, 교육권 등 복지를 국가가 주는 시혜로 보는 게 아니라 권리로 보고 헌법으로써 보장하는 거다. 보건의료 정책 패러다임도 완전히 바뀐다. 의료를 돈벌이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로 보기 때문이다.”

-입당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나.

“지난 2월27일 합류를 제안하는 연락이 왔다. 처음엔 안 한다고 했다. 조국 대표가 태백까지 직접 오겠다고 해 말리기도 했다. 며칠 이내에 답을 달라고 해 당의 메시지와 강령을 찾아봤다. 8대 강령이 있는데 어미가 모두 ‘행동한다’로 끝이 났다. 문장이 벙벙하지 않더라. 이바지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이후 조 대표를 직접 만났고 지금에 이르렀다.”

-총선 기간을 돌이켜보면.

“인재영입식 이후 40일쯤 됐는데 4년이 흐른 기분이다. 모든 과정이 꿈 같다. 졸졸 흐르던 물줄기가 큰 강물이 되듯 한 사람 한 사람 모여 총선까지 흘러왔다. 선거가 처음이다 보니 몰랐는데 대선급 유세였다고 하더라. 처음엔 ‘당원 동지 여러분’이란 단어가 굉장히 낯설었다. 어느 순간 입에 절로 붙었다.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유세 현장이 축제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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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지난 17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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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돌풍의 원인이 뭐라고 보나.

“시민들의 한이 투영됐다고 본다. 검찰독재는 남의 일이라고 여겼는데 사회 분위기, 노동 환경, 문화까지 변하면서 억눌려있던 것들이 지지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심평원의 조직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공공기관이지만 여성이 많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지금은 익명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사람조차 없다고 들었다. ‘아이피(IP) 추적이 무섭다’ ‘얘기해도 바뀔 것 같지 않다’고들 하더라.”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안타깝다. 여러 지표로 봤을 때 의대 정원은 늘릴 필요가 있지만,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 돼야 한다. 추진 과정을 보면 정책 목표가 불분명하고 실행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의사는 왜 많아져야 할까.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 소멸 지역이 그렇고 소아·청소년과 등이 그렇다. 의대 증원만으로 안 되고 이런 분야로 의사가 흘러가도록 정책을 함께 해야 한다. 협의와 대화가 필요한데 정부는 의사를 범죄집단으로 취급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정책에 ‘국민’이 없다는 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정·의료계 4자 협의체’를 제안했다.

“치킨게임 하듯 정책을 추진할 게 아니라 의사에 더해 시민사회 영역이 함께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 장을 열면 기꺼이 참여해 역할을 할 의지가 있다. 정부가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암 환자다. 통상 암 진단을 받으면 한 달 이내에 수술을 받거나 항암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현장에 따르면 지금은 3개월까지 지연되는 곳이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병원 내 비의사 노동자들의 고용 상태다. 일부 큰 병원에서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이들에게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권하고 있다. 간병·돌봄 등 관련 이슈를 전부 집어삼켰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며 나온 상병수당 얘기도 쏙 들어갔다. 정부 보고서에선 공공의료란 단어가 사라졌다.”

-최우선으로 꼽는 정책 과제가 있다면.

“공공의료특별법 제정이다. 공공의료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쥐락펴락하는 상황인데 그래선 안 된다. 지자체 책임을 강화하고, 공공의료원 등 기관 간에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지역 의대-지역 병원 연계와 공공의료기관 신증설 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지방 의료원의 존립을 진료 수익만으로 결정하지 않게 해야 한다. 간병·돌봄 관련해선 국민건강보험법·의료법 등 기존 법안을 조금씩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는 생각이다.”

-어떤 의정 활동을 하고자 하나.

“보건복지 영역에서 예인선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현장을 중심에 두고 거대 양당에 앞서 의제를 끌고 가는 효능감 있는 의정활동을 하겠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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