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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망가질 수도 있는데… ‘강릉 급발진’ 재연 시험에 車 빌려준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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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카메라와 변속장치 진단기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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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이도현(당시 12세)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지난 19일 진행됐다. 국내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중 현장에서 이뤄진 첫 재연 시험이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시험은 소비자이자 피해자인 유가족이 모든 걸 준비했다. 하루빨리 진실이 규명되길 바라는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유족을 도왔다.

이날 시험은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다 제조사 측이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부착해 시행됐다.

도현군의 아버지는 수천만 원을 들여 사고 차량과 동일 연식의 같은 기종을 구입하려 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식을 접한 강릉 시민이 차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도 본인의 차를 빌려줬다.

도로 통제를 위해서는 전국모범운전자회 강릉지회가 나섰다. 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운전자를 구하는 게 최대 관건이었는데, 이 역시 전문 면허를 가진 강릉시민이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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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6일 강원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60대 여성운전자가 몰던 SUV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 도로 인근 지하통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MBC '실화탐사대'


시험은 총 네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급발진 의심 당시 차량은 ‘웽’ 굉음을 내기 시작한 뒤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한 뒤 약 780m가량을 내달렸다.

일단, 굉음이 났던 지점에서 ‘풀 액셀’을 밟았다. 시험 결과 속도는 시속 120㎞까지 올랐다. 사고 당시와는 다른 결과였다.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는 도현군의 할머니가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속도는 시속 110㎞에서 116㎞까지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운전자가 풀 액셀을 밟아서 생긴 사고’라는 제조사 측의 주장 근거가 된 EDR 기록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결과다.

또한,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을 때의 속도 변화를 관찰한 결과, 시속 135~140㎞가 나왔다. 이 역시 시속 116㎞와는 다른 결과다.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의 분석치(시속 136.5㎞)와 유사했다.

유가족 측 하종선 변호사는 “우리 주장대로 EDR의 신뢰성이 상실됐다고 볼 수 있다”며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해 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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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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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단순히 생각해도 이 도로를 한 번만이라도 달려본 분들은 페달 오조작으로 달릴 수 없는 도로라는 걸 잘 안다”며 “도현이가 마지막으로 달렸을 이 도로를 다시 보면서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소비자가 이렇게까지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국회 국민청원을 통해 ‘도현이법’ 제정 환경이 만들어졌음에도 제조사 눈치를 보고,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21대 국회에서 제정하지 않았다”며 “도현이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2022년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60대 A씨가 손자 도현 군을 태우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도현 군이 숨졌다.

이후 이씨 가족이 지난해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도현이법 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으나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에 놓여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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