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7 (토)

농협금융 CEO 14명 중 12명 여기 거쳐…잇따른 사고 이유 있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의 중앙회 경력/그래픽=윤선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잇따라 터진 농협금융의 금융사고 원인 중의 하나가 중앙회의 기준 없는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중앙회 임직원이 전문성 검증 없이 금융으로 손쉽게 이동해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농협금융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임원 대부분은 중앙회 경력이 '필수코스'가 됐다. 심지어 중앙회 직원이 은행, 보험사 겸직까지 가능해 금융과 산업(경제)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농협금융 주요 계열사 7곳의 전현직 CEO 14명 가운데 농협중앙회 경력이 있는 CEO는 1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의 핵심인 NH농협은행 이석용 현 은행장은 직전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지냈다. 권준학 전 행장도 같은 이력을 갖고 있다. NH농협생명 윤해진 대표도 직전 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을 지냈다. NH손해보험의 서국동 대표는 중앙회 상호금융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아울러 NH농협카드 윤성훈 대표는 직전 중앙회 경북본부장 거쳤고, NH저축은행 오세윤 대표는 중앙회 부산지역본부장을 지냈다.

주요 계열사 중 NH투자증권만 유일하게 현 대표와 전 대표가 중앙회를 거치지 않은 인물이다. 이마저도 최근 중앙회 출신으로 채워질 뻔했다. 강호동 중앙회장이 취임 직후인 지난달 유찬형 전 중앙회 부회장을 추천했으나 금융당국이 '전문성 부족'과 '중앙회장의 지나친 인사 개입'을 정면 비판하면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가 대부분 직전에 중앙회 경력자로 채워진 이유는 지주의 이사회 산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임추위는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비상임이사 등 5명으로 구성되는데 사내이사와 비상임이사 선임 과정에서 중앙회장의 추천이 힘을 발휘한다. 최근 선임된 박흥식 비상임이사는 광주 비아농협 조합장 출신으로 강호동 회장이 추천했다. 역대 비상임이사 대부분이 조합장 출신이었다.

머니투데이

최근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그래픽=윤선정


다른 금융지주들은 계열사 CEO 선임시 평소에 후보군을 관리한다. 선임 과정에서도 롱리스트, 숏리스트를 뽑는 절차가 있지만 농협금융은 이런 절차가 사실상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주와 중앙회 협의를 통해 선임해야 하는 비상임이사도 공식적인 선임 절차가 없다. 전문성 보다는 중앙회장의 추천권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일반 임직원도 중앙회 경력자가 광범위하게 포진했다. 중앙회와 농협금융 간의 협약 및 인사교류 프로그램(전적)에 따라 중앙회 출신이 농협은행이나 보험사로 단기 경력을 쌓는다. 농협은행 시군지부장이나 농협생손보의 보험총국장은 중앙회 출신 인사로 중앙회와 겸직을 하고 있다. 시군지부장은 농협은행 지점장보다 상급직이지만 주로 지역 시금고 관리, 조합 관리에 주력한다. '전적' 인사제도에 따라 중앙회 출신 직원이 농협은행이나 계열 보험사로 이동해 단기 경력을 쌓는 경로로 활용된다.

이런 인사제도로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이 금융 전문성 없이도 자유롭게 은행, 보험업을 한다. 비슷한 지배구조를 가진 수협은 중앙회와 은행 간 직원 이동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앙회와 농협금융 간 인사 이동이 전문성을 쌓는 계기가 된다면 순기능이 있지만 현실적으론 1~2년 형식적인 금융경력을 쌓는 경로로 활용되는 측면이 많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가 인사제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내부통제 인식이 부족한 중앙회 출신 직원이 금융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신용·경제 사업들이 구분은 돼 있지만 그 리스크가 명확히 구분되느냐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금산분리 원칙이나 내부통제와 관련된 합리적인 지배구조법상 규율 체계가 흔들릴 여지가 있는지 잘 챙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