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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녹색정의당은 왜 조국혁신당에 표를 빼앗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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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의당 0석, 20년 만에 원외정당으로

'제3정당' 표방 전략, 다른 정당들로 분산

기존 주요 투표계층, 조국혁신당으로 이동

'서민 대변' 계급투표 논리 기댄 지지 위축

민주당과의 공조 여부만 부각되는 이미지

위성정당 참여? 진보적 가치 추구 어려워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기반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민하 평론가

◇ 채선아> 지난주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선거. 원내 3당이었던 녹색 정의당은 0석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죠.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건지, 앞으로 진보정당은 다시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민하 평론가와 정리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민하> 안녕하세요.

◇ 채선아> 20대와 21대 국회에는 크게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다음에 정의당이 있었거든요. 22대 총선은 정의당이 녹색당과 연합을 이뤄서 녹색정의당으로 선거를 치렀는데 결과가 0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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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을 보면 녹색정의당이 2.14% 입니다. 득표수로는 60만 9,313표 얻었는데, 60만 표 넘게 얻었으니까 많이 얻은 겁니다. 그래도 전체 득표율 상 3% 이상을 얻어야 의석이 배출이 되는데 3%에는 크게 못 미치쳐서 비례대표 의석은 배출을 하지 못하게 됐고요. 지역구에서는 심상정 의원이 가장 유력한 지역구 후보였는데 경기 고양갑에서 득표율이 18.41%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유력한 지역구 후보도 낙선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의석수가 하나도 없게 된 상황입니다.

◇ 채선아> 왜 이렇게 됐는지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 김민하> 이번 선거에 국한해서 보면, 녹색정의당의 득표 영역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의 진보정당 득표 전략을 보면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정당 투표는 진보정당에 해달라는 논리가 강했습니다. 그러니까 양당이 아닌 제3의 진보 정당에 투표를 해달라는 논리였는데, 이번에는 이 논리가 녹색정의당을 향해 가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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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하>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같은 제3지대 정당이 난립한 상황이었고, 특히 조국혁신당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전략을 썼죠. 이게 원래 정의당이 갖고 있었던 득표 전략과 겹칩니다. 그렇게 해서 조국혁신당이 소극적 민주당 지지층의 정당 투표까지 잠식한 거거든요. 예전 같으면 소극적 민주당 지지층이 지역구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 후보를 찍으면서도, 정당 투표에는 '그래도 미래 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을 찍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진보정당을 찍어왔는데, 이번에는 그 표를 조국혁신당이 가져간 거죠. 민주당 지지층의 최대 결집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표가 진보정당으로는 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거죠.

지지 기반 표심의 흐름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18일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조국혁신당 지지 기반에 대한 분석이 실려 있습니다. 고학력 중심의 사무관리직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높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거든요. '화이트칼라'라고 하는 이 계층이 과거에는 진보정당의 주요 투표 영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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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조국혁신당한테 표를 뺏긴 거네요.

◆ 김민하> 그렇죠. 상당 부분 조국혁신당과 다른 제3지대 정당에게 뺏긴 것이고, 또 녹색정의당이 또 원래 가지고 있던 기반이 허물어진 것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이번 선거에는 녹색정의당의 공간이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채선아> 이번 선거 구도상 녹색정의당이 불리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 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건지 궁금해요.

◆ 김민하> 사실은 구도, 돌발 변수 이런 것들은 어쩔 수 없는 변수이지 않습니까? 녹색정의당이라는 진보정당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런 변수나 구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자기 기반이 확실했더라면 의석수의 증감은 있었을지 몰라도 0석이라는 큰 실패를 겪지는 않았을 거예요. 지지 기반이 상당히 유실돼서 없어진 거나 다름이 없는 거거든요. 그런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를 봐야 합니다.

전통적인 진보정당의 득표 논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깨끗하고 유능한 미래 정치를 키워달라는 '제3정당 논리'입니다. 이거는 다른 제3지대 정당들도 다 얘기하는 바입니다. '양당이 부패하고 무능하니 깨끗하고 유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세력을 좀 찍어주십시오' 이렇게 얘기하는 논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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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하> 두 번째는, 서민은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을 찍어달라는 '계급투표의 논리'입니다. 이건 진보정당만이 주장할 수 있는 논리죠. 이 두 가지 논리를 가지고 진보정당은 득표를 호소해 왔습니다.

좀 더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건 '제3정당 논리'예요. 왜냐하면 설득하기가 쉽거든요.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 정당 찍으라는 '계급투표의 논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 그러니까 누가 서민인 것이며 그리고 왜 진보정당은 서민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는가 어떤 점에서 그런 것인가를 길게 설명해야 하잖아요.

◇ 채선아> 설득해야 할 부분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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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하> 반면 '양당이 좀 문제가 있으니까 제3의 정당 찍어주십시오'라고 하는 건 쉽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3정당 논리'에 반응하는 유권자들을 먼저 공략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논리를 통해 얻은 정치적 자원을 장기적으로는 '계급투표 논리'에 반응할 수 있는 유권자들에게 투자해야 되는 거거든요. '제3정당 논리'는 다른 정당들이 뺏어갈 수 있는 반면 '계급투표 논리'는 강하게 남는 지지 기반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논리가 같이 작용해서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진보정당이 성장을 할 수 있는 거죠.

최초의 진보정당이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은 1990년 민중당입니다. 민중당은 이 두 가지 논리를 다 갖고 있었습니다. 김문수, 이재오 같은 유력 인사들도 있었고 또 그 당시에 노동운동을 했던 분들도 있었고요. 이렇게 결합되어 있던 형태의 정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됐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보정당 창당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 채선아> 진보정당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때가 언제예요?

◆ 김민하> 2004년에 민주노동당이 의석을 배출하면서부터 성과가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채선아> 20년 전이네요.

◆ 김민하> 방금 말씀드린 두 가지 득표 논리가 성립하면서 이루어진 성과입니다.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 민주노총이라든지 이런 노동계가 '계급투표의 논리'에 따라서 조직적으로 진보정당 창당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2001년도에 헌번재판소가 지역구 선거 결과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전까지는 1인 1표였는데 정당 투표는 따로 해야 한다는 게 당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2002년 지방선거부터 1인 2표제가 도입됐습니다. 제3정당을 키워달라는 논리가 가능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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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1인 2표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네요.

◆ 김민하> 그래서 이때 비례대표가 이때 8명 배출되고, 지역구에서 2명이 당선돼서 합계 10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됐습니다. 두 가지 논리가 같이 작용해서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죠.

◇ 채선아> 그게 20년 전의 일이고 20년 후에 녹색정의당은 0석이 됐거든요. 2017년 대선 당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득표율이 6%가 넘었어요. 그러고 나서 지난 2022년 대선에서는 똑같은 심상정 후보가 2%대 득표율을 얻었고요.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는 녹색정의당이 2%대 득표율이었죠. 왜 이렇게 하락세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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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하> 대선은 워낙 그 구도와 인물과 또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얘기가 좀 다르긴 합니다. 6% 득표한 2017년 대선은 사실 탄핵 이후 대선이지 않습니까? 탄핵의 힘이 작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당투표가 따로 있는 총선의 경우 또 다른 논리가 작용하는데, 지금 총선마저도 어려워졌다는 게 핵심이거든요.

민주노동당이 성공을 한 데에는 '계급투표 논리'가 작용할 수 있는 견고한 지지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고질적인 정파 갈등이라든가 이런 것들 때문에 분열하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진보신당으로 분당을 하고 또 진보신당은 또 통합진보당과 합당하는 등 당시 굉장히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운동이 진보정당을 100% 지지하지 않는 상황이 되면서 위축된 거죠. 그러면서 '계급투표의 논리' 가 무너지기 시작했고요.

이후 노란봉투법이나 중대재해법, 차별금지법 등에 대해 진보정당으로서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독자적인 지지 기반이 허물어지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진보정당의 독자적인 행보라고 보이기보다는 민주당의 아류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게 대표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선거법 문제로 표출이 됐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동조하는 대신에 정의당에 유리한 선거법 개정을 얻어낸 것처럼 비치면서 이런 이미지가 극대화됐죠.

그러다 보니 민주당하고 공조하는 결과가 되면 '민주당 이중대'라고 비판을 받고, 또 민주당하고 공조하지 않는 결과처럼 나오면 '정의당이 배신했다' 이런 평가가 나오기도 했고요. 정의당이 무슨 결정을 하면 그게 정의당 스스로의 기준으로 결정한 게 아닌 것처럼 계속 비춰지게 되는 거예요. 사실은 내부에서는 자기 기준을 가지고 결정했겠죠. 근데 바깥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 상황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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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그런데 이번에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은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거나 아니면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해 의석을 획득했거든요. 그럼 이런 식으로 가는 게 진보정당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일까요?

◆ 김민하> 당이라는 조직을 건사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이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어요.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해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의원을 배출하는 것도 조직을 건사하기 위한 방식일 수는 있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했을 때 그 정당이 갖는 고유한 진보적인 가치에 대한 추구가 어려워진다는 거거든요. 지금은 새진보연합이 된 기본소득당 같은 정당들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지난 총선에 의석을 얻어냈던 거잖아요. 민주당 지지층에게는 평가가 좋지만 전통적인 진보정당 지지층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거거든요. 진보정당으로서 해야 했을 일을 충분히 한 거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거죠.

◇ 채선아> 그 방법을 안 쓰면 또 원내 진입을 못 하니까 또 고민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양당에 기대지 않는 독자적인 진보정당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 김민하> 진보정당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죠. 전 세계 진보정당들이 완벽한 해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를 어떻게 재건할 거고, 그 안에서 진보정당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작더라도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현실 정치에서 제3지대 정당으로서 행보를 해야 선거 때마다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건데 이게 상당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죠.

그리고 딱 하나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로지 양당에 대한 반대만으로 표심에 호소하는 것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중단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게 진보정당의 눈앞에 놓인 과제입니다.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김민하 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민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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