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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이란 맞불 일단 '소강'…명분·체면 살리며 퇴로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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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전면전 피하면서 수위조절, 상황관리 모드

'침묵' 이스라엘, 이란 핵 심장부 타격 카드 가능성 경고 신호 발신

이란 외무, 즉각 대응 선긋기 속 "추가 도발시 즉각적·최고강도 응수"

맞대응성 '보복의 악순환' 불씨 여전…미사일이냐 드론 놓고 공방도

연합뉴스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테헤란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격이 있었던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는 현지 주민들의 모습. 2024.4.19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맞대응성(tit-for-tat) 보복 주고받기가 일단은 소강상태로 접어든 모양새다.

이란이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3일 밤 (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규모 심야 공습을 단행하고 그로부터 6일만인 19일 새벽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는 등 상대방 본토를 향한 공격이 번갈아 이뤄졌지만, 양측 모두 수위조절을 통해 퇴로찾기에 나서면서다.

일촉즉발의 중동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양측 모두 엄청난 후폭풍으로 이어지는 전면전은 피하면서 '제한된 군사옵션'을 통해 내부적으로 명분과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상황관리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5차 중동전쟁으로의 비화 등 즉각적인 확전 가능성은 낮다는데 현재로선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인근 군기지를 겨냥, 언제든 급소를 찌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발신했고 이란도 이스라엘의 추가 도발이 이뤄질 경우 '즉각적이고 최고 수위' 응징에 나서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중동 최대 숙적간 '보복의 악순환'으로 인한 중동 주변 긴장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현지시간 19일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스라엘이 우리나라에 결정적인 행동을 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입증된다면, 우리의 대응은 즉각적이고 최대 수준일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이 우리의 이익에 맞서 새로운 모험주의를 하지 않는 한, 우리는 새로운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선 "어젯밤 일어난 것은 공격도 아니었다"며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가까운 것이었고, 드론도 아니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추가로 모험주의에 나설 경우 즉각적인 최고강도 반격으로 응수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내면서도 이번 본토 공격에 대해서는 그 '충격파'를 경미한 것으로 평가절하, 즉각적인 대응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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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보유한 F-35 스텔스 전투기
[EPA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 정부는 아직까지 이번 공격과 관련해 공식적 반응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ABC 방송은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국경 바깥에서 이스파한주에 위치한 나탄즈 핵시설을 보호하는 방공 레이더 기지에 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나탄즈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핵연료 제조 공장이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에 핵시설 자체를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이란내 핵심 자산을 타격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고위 당국자는 "이스라엘군은 제한된 작전을 펴면서도 상대의 가장 귀중한 자산을 타격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ABC는 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은 제한된 공격이지만 잠재적으로 큰 신호였다"라며 "이스라엘이 신중하게 절제된 무력으로 전략적 도시를 타격했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로선 미국의 만류를 무시하고 '재보복' 마이웨이를 이어가는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전시내각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 등을 감안할 때 내부적으로 강경파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아무일 없듯 지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대응'이라는 기조에 따라 절제되고 제한된 공격을 감행한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재반격은 자국 본토에 탄도 미사일만 100여기를 쏘아댄 이란과 비교해보면 그 수위가 작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아프리카 국장은 "우리가 위험지대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제한적이었던 까닭에 양국 모두 일단 물러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란 의회의장 수석고문인 마흐디 모함마디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스라엘은) 이란에 들어올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겠지만 실제로는 오판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 역시 보여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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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 그려진 벽화 앞을 걷는 이란 시민들
[EPA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이 이번에 사용한 무기가 무엇인지를 놓고 공방도 벌어졌다. 이스라엘이 미사일 공격에 나섰다는 미 언론 보도이 이어지자 이란 측은 자국 영토로 미사일이 날아왔다는 보도를 일축하면서 무인기(드론)를 격추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는 익명을 요구한 서방 당국자와 이란 당국자 두 명을 인용, 이스라엘측이 드론 외에 전투기를 이용한 미사일 공격도 가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비견하며 "드론도 아니었다"며 일축한 상황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번 재보복 과정에 관여 안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추가로 보복의 악순환이 이뤄지지 않도록 진화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초기부터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말해왔다"면서 "해당 지역의 확전 위험을 더욱 낮추기 위해 지역 내 국가를 포함한 동맹 및 협력국과 계속 상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밤 이라크 중부의 군사기지에서는 폭격이 발생해 1명이 죽고 8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은 "우리는 아니다"라고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폭격이 이뤄진 칼소 군사 기지는 이라크의 옛 친이란 무장단체로 현재는 정규군으로 통합된 '하셰드 알샤비'가 주둔한 곳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리아 국영 사나 통신은 이란 이스파한에서 드론 공격이 이뤄진 것과 비슷한 시각 시리아 남부 대공 방어 시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았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1천㎞ 이상 떨어져 있고, 시리아는 요르단, 이라크 등과 함께 그 사이에 위치해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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