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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대통령·여당 보면 차마 못 찍겠다더라"…90도 숙인 국민의힘 낙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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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與 낙선인들 "당대표 선거 룰 바꾸고, 혁신형 비대위 꾸리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4.4.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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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리가 아무리 열심히 헤엄을 쳐도, 고래가 잘못 꼬리짓을 하면 송사리가 죽어 나갈 수밖에 없다"(김준호 국민의힘 서울 노원을 조직위원장)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한 지 열흘 만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주재로 '원외 조직위원장 간담회'를 19일 열었다. 총선에서 낙선한 원외 조직위원장들은 총선 참패 원인 및 당 수습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을 향해 90도 허리 숙여 사죄한 이들 중 일부는 당에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한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하며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용산 빼놓고 총선 패배 얘기 못해"…눈물 보이며 90도 허리 굽힌 낙선인들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는 약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선 총선 패배 원인을 두고 용산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를 겨냥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던 오신환 전 의원은 간담회 중 기자들을 만나 "일단 당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공감 능력을 상실했고 두 번째로는 유능한 정당·집권여당으로서 국민에게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는 당내 민주주의다. 용산과의 관계,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과정, 지난 전당대회에서 비민주성 등 집권 이후 당과 용산과의 관계 속에서 벌어진 일들이 누적돼 쌓였다"며 "국민들에게 이번에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서울 노원을에 출마했던 김준호 전 후보는 "황상무 수석이나 이종섭 대사 사건 이후로 그때부터는 절 노원을의 김준호로 바라보는 게 아니더라"며 "몇몇분이 '대통령실과 너희 당을 볼 때 너를 절대 찍어줄 수 없다', '젊은 후보가 올바른 이야기 하니까 찍어주고 싶은데, 차마 이번에 표가 안 갈 것 같다. 담에 다시 나오라'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사리가 아무리 열심히 헤엄을 쳐도, 고래가 잘못 꼬리짓을 하면 송사리가 죽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천 남동갑에 출마했던 손범규 전 후보는 "총선 패인을 용산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며 "지역에서 선거를 뛴 대부분 '남 탓하는 건 아니지만, 지역 민심이 결정적으로 선거전 막판에 그렇게 된 건 그 이유(용산)가 가장 컸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가 나오기까지 전혀 당과 용산 간에 소통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조직위원장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개인적인 감정에 울먹거리신 분들도 있고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며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수도권에서 석패한 30대 40대 젊은 낙선자들에게 기회를 줘야 수도권 정당으로 갈 수 있고 민심을 받을 수 있는 당이 될 수 있다. 적당히 해도 이길 수 있는 지역 인사들이 당이 정책과 메시지를 주로 결정하는 구조가 돼선 안 된다는 발언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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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한 뒤 허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4.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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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를 마친 원외조직위원장들은 △총선 패배는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확인하고 당 쇄신에 앞장선다 △민생 중심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 △전국 정당화를 위해 청년 정치인 육성에 당력을 집중한다 △당의 민주화와 유능한 정당 변모에 앞장선다 △원외위원장 회의 정례화로 민심 전달 통로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낭독하며 다같이 허리를 90도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간담회 이후에도 이들은 당과 대통령실을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경남 김해을에 출마했던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민심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사즉생의 자기 쇄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총선 후에도 대통령이 바뀐 게 없다는 게 국민 다수의 인식"이라며 "정작 당사자들은 위기의 심각성을 못 느끼는 듯한 모습에 탄식이 흘러나온다. 민심의 몽둥이를 맞고 깨어나지 않으면 국민은 구제 불능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한다"고 경고했다.


낙선인들 "혁신형 비대위 꾸리자…당대표 선거 룰 바꿔야" 윤재옥 "아직 방향 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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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 위원장 간담회에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4.04.19. suncho21@newsis.co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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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조직위원장들은 현행 '당원 투표 100%'인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룰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실무형 비대위가 아닌 혁신형 비대위를 설치, 당의 체질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 중·성동을에 출마했던 이혜훈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좀 더 민심을 담고 반성하기 위해 당원 100%(로 당대표를 뽑는) 현행 방식을 7대3(당원 70%, 여론조사 30%) 정도까지 복원했으면 좋겠다"며 "용산 뜻만 받들어서 가는 당이 아니라 협력하면서도 건강한 논의를 하는 균형된 당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집단 지도체제로 가는 것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동을에 출마했던 이재영 전 후보도 "민심이 반영 안 된 당은 2년 후 지방선거, 3년 후 대선에서 필패를 가져올 것"이라며 "당대표 선거 룰을 5대5(당원 50% 여론조사 50%)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는 "당에서 수도권의 목소리를 내고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도부에 포함돼야 한다"며 "수도권 중심 정당이 되지 않으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매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전 의원은 "지금 당 지도부, 어쨌든 영남 중심의 지도부가 느끼는 민심과 실제 민심의 괴리가 너무나 차원이 다르다"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변화와 혁신으로는 당의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다"며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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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 위원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4.19. suncho21@newsis.co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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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원외조직위원장들의 말을 들은 윤 원내대표는 "(실무형이든 혁신형이든) 아직 어느 것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원외 위원장들은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하는 분이 많았고 당선인 총회에서는 '실무형 비대위'를 하자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아직 한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22일 당선인 총회를 한 번 더 하니, 그때 또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또 원외를 중심으로 '당원 투표 100%'인 당대표 선거 룰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는 "수습 과정에서 당 구성원들이 논의하면서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총선 참패 후 당이 수습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하는 것 아니냔 지적엔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문제 같으면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겠느냐"며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4년 전 21대 총선 후 비대위가 언제 출범했는지 기록을 보시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오는 22일 당선인 총회를 다시 연 뒤 최종적인 당 수습 방안을 결정할 전망이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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