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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란 보복에 이스라엘 결국 추가 공격…체면 살리되 전면전 피했다(종합3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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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아닌 드론 3대 출몰해 격추…이스파한 공군기지 시설피해 경미

최고지도자 생일·휴일 새벽 기습…'힘조절' 흔적에 '상징적 조치'란 평도

뉴스1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습을 받은 다음 날인 1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인들이 미사일 모형을 들고 자축하고 있다. 2024.04.1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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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조소영 정윤영 기자 =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을 받은 지 닷새 만인 19일(현지시간) 이란을 상대로 반격에 나서면서 중동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미국 언론의 최초 보도와 달리 무인기(드론)만 출몰했으며 이마저도 3대에 불과했다는 게 이란 당국의 입장이다. 이란 내 핵시설도 표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자국의 체면은 살리되 전면전은 피하는' 방식으로 공격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즉각 대응하진 않겠다는 방침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사일 발사설이 불거진 건 미국 ABC뉴스가 익명의 미 관료를 인용해 이날 새벽 이스라엘이 미사일로 이란 내부 시설을 타격했다고 처음으로 보도하면서다. 보도 직후 이란 반(半)관영 파스 통신은 이스파한주 북서부 가자워르스탄에 위치한 제8 공군기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중동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주요 증시는 급락세를 보였고, 안전자산은 일제히 랠리를 펼쳤다. 이날 코스피는 1.63%, 닛케이225지수는 2.66% 하락 마감했다. 급값은 이날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는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군 당국이 이날 오전 4시쯤 드론 3대를 발견해 방공망을 가동했으며, 피해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스파한을 비롯한 이란 내 도시에서 지상 폭발은 없었으며 △미사일이 아닌 소형 쿼드콥터(날개 4개짜리 드론)였고 △폭발음이 울린 건 방공망 가동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이란 항공우주국 대변인 호세인 달리리안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스라엘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ABC 보도를 부인하며 "이스파한주를 비롯한 국내에서 미사일 공격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여러 대의 드론이 날라왔지만, 국가 방공망에 의해 성공적으로 격추됐다"며 이스라엘의 시도가 "실패하고 굴욕적으로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란 프레스TV는 이스파한의 평온한 아침을 중계하며 인근 공군기지에 공격이 있었다는 보도를 애써 중시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이란뿐 아니라 이스라엘에서도 이번 공격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이스라엘 외교전문가 다나 웨이스는 채널12에 "이스라엘은 큰 군사적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고상한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오늘 지켜본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피해가 없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관료 3명을 인용해 이스파한 내 군 기지가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파스는 제8공군기지 내 건물 유리창이 깨졌지만, 드론의 직접 공격이 아닌 격추된 파편에 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스파한 내 핵시설은 무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프레스TV는 핵 시설 피해가 없다고 밝혔고, 익명의 미 관료는 CNN 방송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지만 '핵시설을 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이란 당국은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시라즈 일대 영공을 폐쇄했다가 약 3시간 만에 하늘길을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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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이란의 공습을 받은 다음 날인 15일(현지시간) 한 이란 여성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2024.04.15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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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아직 군사적 대응에 나서지 않은 채 진상파악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이란 고위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현재로선 즉각 반격할 계획이 없다"며 "이번 사건이 해외에서 발원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론이 해외가 아닌 내부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 발사설은 비슷한 시각 프레스TV에서도 제기됐다. 이란의 한 분석가는 프레스TV에 이란 영공에 진입하는 드론을 포착하지 못했다며 이란 내부에 침투한 누군가가 드론을 날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스라엘 정보국 요원이 이란 내부에 은밀하게 진입해 드론을 발사한 게 사실이라면, 이란으로선 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허를 찔린 셈이다.

이날 공습 시점이 지니는 의미도 상당하다. 이스라엘 신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989년부터 이란의 최고 지도자를 맡고 있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날로 85번째 생일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란에선 금요일과 토요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주말이 막 시작된 새벽 시간을 이스라엘이 노린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란의 이스파한 군사기지 한곳에만 집중된 점에 주목하며 상당히 제한된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스라엘 장군 출신의 이스라엘 지브가는 이날 현지방송 채널12에 "이날 공습은 이란이 공격적으로 나오지 말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했다.

다만 이란이 아직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규모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아비 베나야후 전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방송에서 "그들은 무슨 일이 닥쳤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측의 긴장이 계속 고조될 경우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국제 관계 전문가는 이날 CNN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맞대결이 전개될 경우, 국가 간 갈등은 매우 암울하고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날 이란을 상대로 반격에 나선 건 지난 14일 대규모 공습을 받은 지 닷새 만이다.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간부 등 13명이 숨지자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이란은 13일 밤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순항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약 330대를 날렸다.

이 중 99%는 14일 새벽 이스라엘군과 중동 주둔 미국·영국군에 의해 격추돼 피해는 미미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이란으로부터 직접 공격을 받자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해 군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해 왔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15일 회의에선 이란을 상대로 타격을 가하되 미국 등 동맹의 우려를 고려해 전면전을 유발하는 방식은 피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당시 이스라엘 언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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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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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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