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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르포]"삶고 찢고 달려보고, 타이어의 모든 것을 알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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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R&D 핵심 '테크노돔'

아시아 최대 테스트공간 '테크노링'

쌍두마차로 혁신 인프라 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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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연구개발(R&D) 핵심인 ‘한국테크노돔’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우주선 같았다. 대전에 있는 테크노돔은 마치 물위에 떠있는 형태로 거대한 접시모양의 지붕 아래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세워졌다. 애플 신사옥 등 미래지향적 건축물로 유명한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한국에 지은 첫 작품이다.

한국테크노돔은 공사비 2664억원이 투입돼 2015년 문을 열면서 예전보다 4배 늘렸다. 총 근무자 760명 중 연구인력이 700여명인 진정한 ‘하이테크’ 공간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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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전기차전용 타이어 '아이온'이 대전 한국테크노돔 1층에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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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R&D의 핵심 '테크노돔'="타이어를 삶아보고, 찢어보고, 달려보며 모든 것을 알아내는 기술이 집약된 장소입니다."

회사 측은 한국테크노돔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독일과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현지 R&D센터가 지역 맞춤형 상품을 개발한다면 한국테크노돔은 미래 기술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을 연구한다.

플랫트랙F&M실험실에선 타이어의 ‘달리기’ 성능 측정이 한창이었다. 타이어와 역방향으로 회전하는 아스팔트 지지대 위에서 전진, 조향, 제동 등 모든 동(動) 특성을 측정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타이어의 러닝머신인 셈"이라며 "최고 속도 시속 250㎞까지 측정할 수 있어 F1 자동차용 타이어도 이곳을 거쳐 간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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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테크노돔 내부 공간(사진제공=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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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핵자기공명분석실이 나온다. 타이어의 원재료부터 완제품 구조까지 샅샅이 분석하는 공간이다. 병원의 자기공명영상(MRI)처럼 강한 자성으로 고무나 기타 원재료의 구조를 분석한다.

가류특성 시험실은 타이어를 쪄내는 공간이다. 각종 원료 비율을 배합한 고무를 가류실에서 쪄내면 시제품 타이어 조각이나 미니어처 타이어가 나온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를 갖고 필요한 완제품에 맞는 특성이 나오는지 각종 실험을 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어의 ‘힘’을 파악하는 공간도 있다. 인장시험실이다. 이곳에선 고무를 양쪽으로 당겨서 끊길 때의 힘을 측정한다. 타이어 부분별로 요구되는 특성이 다른 만큼 열이나 힘을 줘서 조건에 맞는 힘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곳이다.

무향실에서는 타이어 완제품의 소음을 측정한다. 전기차에서는 엔진 소음이 없는 만큼 노면 소음이 더 잘 들리기 때문에 이를 보다 정밀히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스팔트, 일반 보도 등 여러 노면에서 어느 정도 NVH(소음, 진동, 마찰)가 발생하는지 분석한다. 타이어 1본뿐 아니라 실제 차량을 들여와서 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구성됐다.

드라이빙시뮬레이터실에는 아예 실제 자동차가 배치됐다. 실제 차량으로 트랙에서 테스트하기 전 최종 단계의 제품들이 오는 장소다. 서킷과 차량, 탑승자 및 타이어의 수치를 입력한 뒤 가상 공간을 주행하는 식이다. 과거에는 운전도 가상으로 조작했지만 보다 생생한 조향감각을 구현하기 위해 실제 차량을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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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충남 태안 한국테크노링 본관 앞에 타이어 시험용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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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시험장서 마지막 담금질=이곳을 거친 타이어는 태안 한국테크노링으로 이동한다. 최종 테스트베드다. 2022년 완공된 이곳은 축구장 약 125개 크기의 부지면적 126만㎡에 총 13개 트랙을 갖췄다. 아시아 최대, 최장 테스트 노면이다. 전 세계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다. 이곳에서는 슈퍼카부터 일반 승용차,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까지 모든 차량에 쓰이는 타이어를 시험할 수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한국테크노돔과 시험 데이터를 연동해 즉각 피드백을 반영한다.

이날 테크노링에서 마른 노면, 젖은 노면, 원선회로(VDA) 등에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 EVO SUV’ 제품이 장착된 현대 아이오닉5N으로 시험 주행을 진행했다. 마른 노면에서는 시속 200㎞의 속도도 단단히 버텨냈다. 시속 180㎞ 이하의 속도로는 차가 전복되는 뱅크(기울어진 구간) 도로에서도 변함없는 접지력을 자랑했다. 젖은 노면에서 고속으로 좌우를 흔들어도 안정감은 이어졌다. 차량 내부는 다소 흔들렸지만 바퀴 자체가 크게 미끄러지지는 않으며 무난히 전진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VDA 공간의 직경이 240m에 달해 혹여 미끄러져도 안전히 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라며 "다양한 도로와 극한의 환경에서 체계적인 실차 테스트를 할 수 있고, 여러 군데 퍼져있는 시험장을 옮겨가며 이용할 필요도 없어 시험 데이터의 신뢰도와 연속성도 확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전=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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