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 폭락… “FTX 사태후 최악”
“1억 넘을때 구매” 일부 투자자 공포
美 ETF 인기 시들-금리동결 예상에
“5만달러 초중반까지 추락”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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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에 1억 원 넘게 투자했다는 회사원 이모 씨(40)는 최근 며칠간 가상자산 거래소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기가 두렵다고 했다. 그는 올해 3월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을 넘어갔을 당시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리플, 라이트코인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을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 가격이 폭락하면서 자산 평가액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 씨는 “투자 자금의 절반은 대출이라 손절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일 안 쉬고 오르는 게 너무 신기해서 대박을 노리고 빚내서 투자하게 됐는데 이렇게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1개당 6만612.92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오전 5시에는 5만9163.24달러까지 떨어지며 6만 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달 18일 이후 12일 만이다. 7만3000달러를 넘어가며 역대 최고가를 찍은 3월 14일 이후로는 17%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비트코인 가격 낙폭은 14.88%에 이른다. 미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4월 하락세는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사태가 터졌던 2022년 11월(―16.2%) 다음으로 최악”이라면서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5만 달러 초중반대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상 해외보다 시세가 높게 형성되는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은 하락장을 면치 못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850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와 해외 주요 거래소 간 가상자산 가격 차이를 지수화한 김치 프리미엄은 4월 14일 11.16%까지 올랐다가 30일 3.88%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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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비트코인 상승을 이끈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인기가 시들해진 동시에 4월 30일 첫 거래가 시작된 홍콩 현물 ETF 거래량마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월 미국 현물 ETF가 승인된 이후 상장된 11개 ETF에는 1월 15억 달러, 2월 60억 달러, 3월 46억 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지난달에는 1억8200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게다가 홍콩 현물 ETF 첫 거래일에는 단 11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1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19일(현지 시간) 있었던 비트코인의 네 번째 반감기마저 효과가 미미했다. 일반적으로 반감기는 신규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가격 상승 호재로 여겨진다.
비트코인 가격은 4월 30일(현지 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일정까지 맞물리면서 낙폭을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1일까지 이틀 동안 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둔화되지 않으면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비트코인 가격에 추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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