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부여·청양 민주당 박수현
전국 파란색 물든 출구조사에 두려움
민주당 잘못하면 다음 선거 때 회초리
尹 ‘국정운영 방향 옳다’는 주장은 착각
국회 대화의 장 만드는 건 집권당 문제
21대·22대 차별 조건 빨리 만들어야
농촌 되살릴 것… 상임위 농해수위 지원
낙선했던 20대 총선 때 공주와 지역구가 합쳐진 청양군의 한 목욕탕 앞에서 동네 어르신에게 건넨 첫 명함이 면전에서 찢겼다. 청양군은 보수색이 매우 강한 곳이다. 동료에게 내색하지 않으려 뒷골목으로 혼자 들어가 한참 동안 눈물을 훔쳤던 기억을 처음으로 꺼낸 게 지난 2일 청양 전통시장 유세 때였다. “(이제 더 이상) 울지 않고 연설할 수 있게 마음을 보내 달라”고 시작한 유세였지만 박 당선자와 곁에 있던 동료들 모두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22대 총선에서 충남 공주·부여·청양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당선자가 17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당선 소감과 향후 의정 활동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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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입성을 확정 지은 박 당선자를 지난 17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했다. 총선 당일이던 10일을 떠올리며 그는 “전국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물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와 기쁨보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질 만큼 잘했나 돌아보면 민심의 심판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고, 이 의석 가지고 잘하지 못하면 다음 지방선거, 대선에서 거꾸로 회초리를 맞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박 당선자는 “저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재주를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이라면서도 “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평가는 일관되게 전체적으로 ‘부지런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초선 의원이던 19대 때처럼 이번에도 지역에서 고속버스로 매일 출퇴근하는 ‘대중교통 국회의원’이 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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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서 박 당선자의 목표는 국민이 정치에 대한 혐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 그는 “국민이 정치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켜는 정치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만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정치 복원의 길을 막은 건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총선 이후 모든 언론, 전문가들이 ‘국정운영 기조가 변화해야 한다’고 했어요. 여당 내에서도 ‘한 사람(윤 대통령)만 변하면 된다’는 자조가 나오는 마당에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로 ‘국정운영 방향은 옳다’고 주장하는 건 대단한 착각이고 오만입니다. 총선 민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박 당선자는 “대통령과 여당에 호소하는 건 22대 국회가 21대와 차별될 수 있는 조건을 빨리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적어도 지금 이태원 참사 특별법,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특검을 빨리 처리하고, 야당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전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민주당 의원들이 ‘강한 심판을 이어 가야겠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럼 강성 지도부가 들어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국회를 대화의 장으로 만드는 건 국민 권한을 위임받은 집권당이 야당에 어떻게 손을 내미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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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로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공주·부여·청양의 농촌을 되살리는 일도 그의 핵심 과제다. 박 당선자는 “농어촌을 살리지 못하면 빛 좋은 첨단 공약을 100% 완수해도 바닥이 무너지는데 무슨 소용인가”라며 “지방소멸 시대에 지방과 농어촌을 살리지 않으면 대한민국 존립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담 내내 “소·돼지값, 쌀값이 폭락하는 데 이 문제를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없다”며 그 일을 한눈팔지 않고 자신이 할 것이라고 했다. 상임위원회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지원할 생각이다.
“재주 없는 국회의원이었는데도 ‘고속버스 국회의원’이라는 명성도 얻고, 민원 해결해 표도 얻었고, 책으로 엮어서 출판기념회도 했고, 후원금도 얻었습니다. 전국 고속버스, 택시 기사님들이 소액 후원으로 한도를 거의 채워 주셨습니다. 제가 국민께 도움이 되는 일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배민영·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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