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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동조자’ 박찬욱 “드라마는 감질나는 맛 때문에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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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찬욱 감독이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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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도 없이 혼자 (간담회를) 하려니 고독하네요.”



지난 18일 드라마 ‘동조자’로 언론 앞에 선 박찬욱 감독은 2022년 영화 ‘헤어질 결심’ 이후 주어진 여러 선택지 중에서 에이치비오 맥스(HBO max)의 미국드라마를 택했다. 에이치비오 맥스는 한국에 서비스되지 않아 쿠팡플레이에서 구매해 지난 15일 시작했다. 박 감독은 “한국은 이념적 대립을 경험한 분단국가로서 내전을 겪은 비극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 ‘동조자’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느껴질 것 같았다”고 했다.



박 감독을 ‘고독’하게 만든 ‘동조자’는 1970년대 미국으로 탈출한 북베트남 스파이가 미 중앙정보부(CIA)에 포섭돼 이중간첩이 되면서 겪는 고뇌를 다룬 7부작 첩보물이다.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난 15일 공개된 1화에서는 사이공이 함락되는 과정과 선택된 자들만 미국으로 건너가는 장면 등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박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아이러니와 패러독스, 부조리를 구현한 부분은 꼭 갖고 오고 싶었다”고 했다. 색채와 미장센을 중시하는 박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도 돋보인다.



박 감독이 소설과 다르게 구현한 점은 코미디 요소다. 주인공이 미국으로 망명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블랙 코미디가 등장한다. 특히 네명의 역할을 한명에게 맡긴 점은 박 감독이 “동료들이 미친 사람 취급할까 봐 고민됐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드라마에서 시아이에이 요원과 하원의원, 영화감독 등 한자리에 모여있는 백인 남성은 모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다. 박 감독은 “이 인물들이 결국은 미국의 자본주의와 미국 시스템, 미국 기관 등 미국을 보여주는 네개의 얼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하나의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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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인 4역을 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 인물들이 결국은 자본주의, 시스템, 기관 등 미국을 보여주는 결국 하나의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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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주목하는 이야기도 영화와는 사뭇 차이가 난다. 박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인 2018년 비비시(BBC) ‘리틀 드러머 걸’도 이스라엘 정보국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주인공을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다. 그는 “이런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를 알기 어렵지만, 사춘기 때 큰 국가나 자본주의 시스템이 비극적으로 파멸하는 이야기에 깊이 빠졌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동조자’는 베트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이야기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어로 나온다.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등 최근 아시아 이야기가 관심을 끄는 것에 대해서는 “어찌보면 늦었지만 어찌 보면 놀랍다”고 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속한 사람들로 이뤄진 미국 사회에서는 그동안 대중문화를 통해 일부 집단과 인종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이에 대한 반성이 너무나 늦었지만 분명히 생기고 있다”고 했다.



‘리틀 드러머 걸’에서 “여러 인물을 등장시켜 한명 한명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는 걸 경험한 박 감독은 두번째 드라마 ‘동조자’에서는 초반 3회를 촬영하고 나머지는 다른 감독에게 맡기는 첫 경험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 매주 기다려 보던 그 마음으로 드라마를 만든다. 절정의 순간에 가차 없이 끊어버리면서 감질나게 하고 또 궁금하게 만든다”며 “티브이는 그 맛에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그 맛을 좋아한다 “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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