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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이대론 반도체 강국서 탈락 … 재원 없다며 허송세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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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보조금 경쟁 ◆

매일경제

1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강석훈 회장이 전 세계로 번진 반도체 보조금 전쟁에서 산은 역할과 과제에 대해 설명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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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병철 삼성 회장이 미국과 일본 사이의 치열한 반도체 경쟁을 보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1981년 한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4억달러, 약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이때 정부의 자금 지원을 담당한 곳이 현재의 KDB산업은행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1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40여 년 전 반도체 산업의 태동을 함께했던 산업은행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 경쟁에 불이 붙은 지금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만 은행 입장에서 건전성 부문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법정자본금 한도를 늘리고 자본을 투입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반도체 관련 소부장 기업들을 지원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뿌리고, 일본까지 참전한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같은 '지원 경쟁'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위상은 크지 않다.

강 회장은 보조금 경쟁이 미국·일본으로 반도체 기업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대규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미국·일본 같은 곳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이대로라면 정작 한국은 그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반도체 강국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있는 공장에 이미 170억달러(약 23조4000억원) 투자를 확정 지었고, 향후 20년 동안 총 2000억달러(약 275조원)를 추가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곳을 새로 세우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국내에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과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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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회장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분투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필요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 인텔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 역시 4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강 회장은 "현재 산업은행의 자본금 한도는 4조원가량이 남아 있는데, 이것부터 빨리 채워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기업과 소부장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곧바로 자본금 한도를 늘려서 추가 지원을 위한 대비 태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자본금 한도를 늘려 앞으로 3년간 10조원 정도 증자가 단행되면 100조원이 반도체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줄어든 세수 등을 걸림돌로 지적하지만 강 회장은 "돈이 들어올 때를 기다리며 5년, 10년을 허송세월하면 이미 늦는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변혁기"라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밸류체인에 지금 대한민국 기업이 뛰어들지 않으면 영영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대한민국의 반도체 구조도 대규모 집중 투자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후공정, 반도체 장비까지 골고루 우리 기업이 참여해 역할을 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더 커나갈 수 있다"면서 "산업은행의 투자와 대출 제공은 이 분야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산업은행의 자본금 한도를 선제적으로 늘려놔야 반도체 이후 다가올 또 다른 산업 전쟁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당장은 반도체 총력전이 필요하지만 2차전지나 디스플레이, 바이오도 중요한 미래 산업"이라면서 "정부와 논의해 22대 국회에서 조속히 해당 내용을 담은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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