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기자 |
달러를 제외한 전세계 통화가 약세지만, 그중에서도 원화값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주요 31개국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의 변화를 뜻하는 ‘스팟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지난 12일 기준 원화 가치는 지난달 29일 대비 2.04% 하락했다. 31개국 중 가장 낙폭이 깊다. 같은 기간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1.69%)이나 이스라엘 셰켈(-1.54%)보다 더 떨어졌다.
화폐의 실질 가치로 따져봐도 원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이다. 18일 국제결제은행(BIS)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2월 말 기준 96.7(2020년=100)이라고 밝혔다. 이는 BIS 통계에 포함된 OECD 가입 37개국 중 5번째로 낮은 수치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도 일본(70.25)·튀르키예(90.15)·중국(93.4)에 이어 4번째로 낮았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 나타내는데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그 아래면 저평가 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김영옥 기자 |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는 우선 미국 경기의 '나홀로' 호조에 따른 강달러 흐름, 엔화와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점이 꼽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주변국 통화에 프록시(Proxy·대리) 되다 보니 원화가 우리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면도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요인도 한몫했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아 중동 리스크 같은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의 특성상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들어 외환 시장의 변동성도 높다.
당분간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배당금이 지급되는 4월 이후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로 받은 배당금을 달러로 바꾸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매년 4월은 기업들의 한 해 배당금 지급액의 60~70%가 집중되는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는 원유 수입 의존도를 포함해 무역 의존도가 높다.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중동 분쟁의 완화 시기,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앞으로 원화값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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