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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천하람 “남성 본능 범죄시 말라”…‘AV 배우’ 축제 저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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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총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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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을 착취하고 상품화한다’는 거센 비판에 지자체들이 개최 저지에 나섰던 ‘성인페스티벌’ 주최 쪽이 네 번째로 행사 장소를 확정짓고 행사를 강행하는 모양새다. 관할 지자체인 강남구청은 장소를 대여해준 업체에 대한 영업 정지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



‘성인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 주최사인 ‘플레이조커’는 18일 “20~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바에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주최 쪽은 대관 취소를 우려해 구체적인 장소는 비공개하고 19일 강남구 압구정 카페 골목 반경 260m 안에 있는 한 곳에서 행사를 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확한 행사 장소가 알려지자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행사를 강행하면 식품위생법 제44조 및 동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장소를 대여해준 업체에 영업 정지 2개월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행사 진행 전에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강남구는 해당 행사가 관내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6일 오후 압구정 거리에 있는 식품접객업소 300여곳에 ‘식품위생법 위반행위 금지 안내'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식품위생법 제44조, 75조에 따라 해당 행사를 개최할 경우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강남구청은 성인페스티벌이 성을 상품화하고 선량한 풍속을 해친다고 보고 있으며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행사 개최를 막겠다”고까지 밝혔다.



일본 성인영화(AV) 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페스티벌은 지난해 12월 광명시에서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성인 인증을 거친 관람객이 입장료를 내고 행사에 참여하면 AV 배우들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 촬영 등을 하며 란제리 패션쇼 등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행사다.



성인페스티벌은 경기 수원시와 파주시, 서울 잠원한강공원 등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해당 지자체들의 저지로 열리지 못했다. 수원여성의전화 등 7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는 지난 12일 행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순히 감춰진 성을 개방한다는 취지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성 상품화와 성적 대상화, 성차별 구조로 인해 만들어진 ‘젠더’문제를 심화시켜 이윤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짙기에, 기만적이며 폭력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행사는 남성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성매매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문화를 조장하는 공간, 여성을 성 착취하는 장에 불과하다”며 “여성의 성을 착취하고 상품화하는 행사 개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었다.



이런 가운데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서울시와 강남구의 성인페스티벌 금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천 당선자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인이 성인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서 공연 또는 페스티벌 형태의 성인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주장했다. 특히 천 당선자는 ‘여성 전용 19금 공연’을 열거하며 “여성들의 본능은 자유롭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정당한 권리인 것으로 인정되는 반면, 남성들의 본능은 그 자체로 범죄시되고 저질스럽고 역겨운 것으로 치부된다”며 “남성의 본능을 악마화하는 사회는 전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강남구청 누리집에는 성인페스티벌 개최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글이 100여개 올라왔다. 자신을 도곡동 거주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안그래도 강남이 성매매와 문란한 밤문화로 유명한데 이런 축제까지 손놓고 있으면 되겠냐”고 비판했다. 강남구 주민이라고 밝힌 또다른 누리꾼은 “불편하고 기분나쁘다. 주민들 생각 좀 해달라”고 말했다.



맘카페에도 해당 행사 개최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다. 주최 쪽이 밝힌 신사동의 바 인근에는 청담초, 신구중, 언북초·중 등 여러 학교가 위치하고 있고 어린이집도 5곳 이상이다. 강남 지역 맘카페의 한 회원은 “여기저기서 주최를 거절당하다 압구정으로 왔다는데 압구정 사는 내 친구가 지금 멘붕”이라며 “이런 행사가 꼭 필요하냐”고 지적했다. 타지역 맘카페에서도 “우리 동네에 온다고 소문났었는데 다행히 안 온다. (지금껏) 열릴 뻔한 동네들 보니 학교 주변이던데 아이들이 호기심에 들여다볼까 겁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개인 취향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천하람 당선인의 AV 행사 취소 재고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 시장은 “우리나라에서는 AV 제작과 유통이 엄연한 불법”이라며 “AV 행사를 개최해야 남성의 권리와 본성,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20~21일 장소를 대여해주기로 했던 신사동 업소는 이날 오후 늦게 강남구청에 대관 취소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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