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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국방과 무기

이란에 미사일 주고, 받은 '자폭 드론'은 한반도로? 北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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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4일 오전(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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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미사일·드론 ‘섞어 쏘기’를 놓고 북한과 이란 사이 무기 커넥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북한의 도움으로 미사일을 개발하고, 북한은 이란산 드론을 통해 한국을 노린 드론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도 드론 운용 능력과 관련, 북한의 발전 속도를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경계하는 시각이 상당하다.

반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지난 16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공개된 사진에 나타난 잔해를 토대로 추정하면 이란이 이스라엘 공습에 사용한 탄도미사일 중 일부는 북한제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 계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6차회담 북핵 차석대사도 “이란의 이번 탄도 미사일에는 북한의 원천 기술이 포함 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데 무게를 뒀다.

앞서 이란은 13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면서 탄도 미사일 최소 120발, 순항 미사일 36발, 드론 185대를 섞어 쏘며 이스라엘과 미국 등 동맹국들의 방공망 교란을 시도했다.

이란은 1987~88년부터 북한으로부터 스커드 B형과 C형, 노동 미사일 기술을 이전 받았다. 최근 북한과 이란 간 ‘직거래’는 뜸해졌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매개로 양측의 기술 교환이 간접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주시한다. 러시아가 북한제 미사일과 이란제 드론을 동시에 활용하며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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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북한의 '무장장비전시회-2023'에 북한의 무인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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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교수는 “북한 역시 도발 국면에서 미사일·드론을 섞어 쏘는 가성비 전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란산 ‘샤헤드’ 계열의 장거리 자폭 드론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샤헤드-136·131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활용하고 있는 자폭 드론이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측으로부터 자폭 드론 5대, 정찰 드론 1대를 선물로 받았다. 드론은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핵심 기술에 비하면 러시아가 반대급부로 이전하기에도 부담이 덜한 선물이다. 러시아가 핵보유국의 독점적 지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사일은 1기당 수십억~수백억원 상당인 데 비해 드론은 1기당 수천만원대로 ‘값싸고 가성비 좋은’ 무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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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현지 당국이 러시아군의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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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러시아와 이란의 사례를 참고해 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섞어 쏘는 융복합 작전을 구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드론으로 통신·전력 등 후방의 국가 중요 시설을 표적을 타격하고, 탄도 미사일로 군 핵심시설을 노리는 방식도 가능하다.

김정은은 2021년 제8차 당 대회 때 '국방과학 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 하나로 ‘500㎞ 전방 종심(縱深)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기’ 개발을 전략적 과업으로 제시했다. 2014년, 2017년, 2022년에는 대남 드론 침투를 통해 실전 성능도 시험했다.

북한 무인기를 둘러싼 군 안팎의 위협 평가는 엇갈린다. 2022년 12월 서울 상공을 헤집고 다닌 만큼 침투 능력을 입증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선 무장 능력 등을 따지고 보면 큰 살상력을 지니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북한의 드론 수준을 떠나 탄도미사일에 집중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 이들 드론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지를 놓고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북한이 드론 대량생산과 동시에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제파식(諸波, waves) 전술’은 타격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정 지역에 다른 종류의 부대로 연속 공격을 펼쳐 돌파구를 만드는 파상 공세 방식이다. 무인기를 먼저 띄우고 속도가 빠른 탄도 미사일, 지면과 가까이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을 섞어 쏘면 방공망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북한의 장사정포 방어를 우선순위로 두면서 대드론 방공 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국방부 직할 부대로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는 드론 위협에도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상근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소형 드론을 레이더로 잡지 못 하자, 국민들에게 ‘ePPO’ 드론 신고 앱을 배포해 전국민을 대공 방어에 참여하도록 했다”면서 “이런 식의 디지털·아날로그, 민관군의 융복합형 대드론 체계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18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이 지난달 말 경의선·동해선 육로의 가로등 수십 개를 철거하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자산에 포착됐다. 경의선 육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남북을 오갈 때 주로 이용했고, 동해선 육로는 금강산 관광 및 이산가족 상봉 과정에서 쓰이곤 했다. 이에 가로등 철거가 김정은의 남북관계 단절 의지를 보여주는 또다른 수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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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같은 해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논의하기 위해 방북하는 남북 적십자회담 남측 대표단을 태운 버스가 동해선 육로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금강산으로 향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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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육로 연결 사업은 우리 정부 차관 지원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에 여전히 상환 의무가 있다”며 가로등 철거를 남북 합의 정신 위반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2001~2008년 경의선 및 동해선 북측 구간 철도, 도로, 역사 건설 사업에 필요한 자재, 장비 등 1억3290만 달러(1825억 원) 상당의 현물 차관을 지원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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