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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가성비 좋은 우리 동네 재활의원 “공공의료의 힘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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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동구 ‘성동재활의원’, 서울 첫 구립 재활 의료시설로 12년째 운영

장애인 등 연 4천 명 방문…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치료 서비스 받아


성인에서 소아까지 “꾸준한 재활치료로 삶의 질 높여”

전문의와 물리·작업·언어 치료사 7명

전문 장비 300여 개 활용해 맞춤 치료

지역 주민 이용자 늘게 적극 알릴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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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재활의원은 성동구가 2012년 설립한 서울시 첫 구립 장애인 전문 재활 의료시설이다. 한양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예산은 서울시와 성동구가 절반씩 부담한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물리·작업·언어 치료사 등 9명이 전문 장비 300여 개를 활용해 양질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원급 건강보험 적용 진료비로 이용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4월9일 물리·작업치료실에서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 방상연씨가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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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뇌 상태를 보면 누워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걷는다고 신경과 의사 선생님이 신기해해요.”

지난 9일 오후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성동재활의원에서 만난 박광수(71)씨가 혼자서 보행 연습을 하며 말했다. 박씨는 2009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몸 왼쪽 전체가 마비됐다. 1년 넘게 입원하며 재활치료도 받았지만, 한동안은 휠체어를 타고 아내가 밀어줘야 움직일 수 있었다.

박씨는 2016년 성동구 소식지에서 성동재활의원 소개 기사를 보고 바로 병원을 찾았다. 이때부터 그는 성동재활의원에서 매주 2회 30분씩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받고, 기구를 활용해 개인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처음엔 장애인 콜택시로 다녔는데, 이제는 지팡이를 짚고 혼자서도 다닐 수 있게 됐다. 박씨는 “아내에게 덜 의지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한다”며 “성동재활의원 덕분에 관리를 잘해 이만큼 좋아질 수 있었기에 감지덕지하고 있다”고 했다.

성동재활의원은 성동구가 설립한 서울시 첫 구립 장애인 전문 재활 의료시설이다. 현재 서울에는 성동재활의원과 함께 두 곳의 구립 재활 의료시설이 더 있다. 강동구의 주몽재활의원은 장애인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마포구의 푸르메넥센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 성인부터 소아까지 모두 진료하는 공공의료시설은 현재 성동구가 유일하다.

2012년 지역 주민에게 가정·직장·사회가 한 울타리로 통합된 재활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성동재활의원이 문을 열었다. 운영은 지역의 한양대병원이 맡아 해오고 있다. 연간 운영 예산 5억여원은 성동구와 서울시가 절반씩 부담해 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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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대 전경과 홍보 리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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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활의학과 전문의 김보경(42) 원장과 물리·작업·언어 치료사 7명, 간호조무사 1명 모두 9명이 근무한다. 김보경 원장은 “장애가 있는 소아, 성인이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가정과 사회 안에서 꾸준한 치료로 기능 향상과 통증 개선이 이뤄질 수 있게 돕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예닐곱 명의 환자가 치료받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와 함께 재활치료를 받으러 온 방상연(52)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매주 한 번 와서 한 시간씩 재활치료를 받는다.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그는 2019년 척수손상으로 수술한 뒤 병원 소개로 성동재활의원을 이용하고 있다. 4년째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경직, 관절 변형, 통증이 많이 줄었고 발로 전동휠체어를 혼자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방씨는 “(굳은) 근육이 풀리고 통증도 훨씬 덜해졌다”고 했다. 그는 전동휠체어에 앉은 채 “이런 곳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온 힘을 다해 한 마디씩 짜내듯 힘겹게 말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기구에 앉은 방씨는 페달을 돌리며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을 마치고, 물리치료를 위해 바로 옆 치료매트로 자리를 옮겨 누웠다. 물리치료사가 다리 관절을 주무르고 한 손으로 발을 잡고 다른 손으로 무릎을 굽혔다 펴며 관절을 풀어줬다. “아프면 말씀하세요”라는 물리치료사 말에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방씨의 일그러진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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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연씨가 김보경 원장과 함께 기구를 활용해 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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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달 지연 아이들이 늘어나, 2022년 시작한 언어치료는 지난해 1천여 건 이뤄졌다.

아이들의 발달과 관련해 조기 진단과 치료의 예후가 좋은 사례가 적잖다. 백일이 지나도 목을 가누지 못하는 등 발달 속도가 느렸던 아기가 매주 3회, 6년 정도 재활치료를 받아 또래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 예가 있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요즘은 가위질, 풀질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작업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의 장애는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효과가 아주 좋다”며 “멀리 가지 않고 지역에서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서, 말도 하고 걷고 뛰는 아이들을 볼 때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소아 물리치료실에선 하체 불균형을 치료하기 위해 근력과 균형감 향상을 위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소아작업실에선 사지 마비 상태의 아이가 팔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작업치료가 진행 중이었다. 엎드린 아이는 낑낑거리며 눈앞에 있는 장난감을 잡으려 손을 내미는 동작을 하고 있었다. 치료실 밖에서 방해되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설명해준 김 원장은 “치료사들이 환자 상태에 맞춰 일대일 맞춤형으로 진행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2년 동안 성동재활의원 이용자는 연간 4천 명, 누적 4만 명에 이른다. 지난 한 해 동안 뇌졸중, 파킨슨병 등으로 장애가 생긴 환자 150여 명이 7700여 건의 치료를 받았다. 만족도 조사에서 불만족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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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뇌졸중을 앓고 있는 박광수씨가 보행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2016년부터 성동재활의원에서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 혼자 걸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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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재활의원의 그간의 성과에는 양질의 재활치료를 적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줬다. 재활의원은 516.3㎡ 규모로 성인과 소아의 물리치료실과 작업치료실은 각각 운영하고 언어치료실은 공용으로 쓴다. 전문 인력 9명이 300여 종의 장비와 기구를 활용해 치료한다.

최신 의료 기술과 치료 기법을 준비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2021년부터는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고가의 로봇 재활 치료장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재활치료에서 중요한 반복 훈련에 흥미를 느끼게 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지난해에는 최신 의료 장비인 하지 등속성 운동장비를 도입해 근력 향상을 위한 진료도 한다. 성인 물리치료실 한편에 있는 ‘스마트 글로브’를 보여주며 김 원장은 “손가락 마디마디 움직임을 잡아내는 장갑을 끼고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게임을 하면 성취감도 느끼고 동기부여가 된다”며 “국가 지원 사업 등을 활용해 장비를 지속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재활치료 효과를 높이려 한다”고 했다.

재활치료를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로 받을 수 있는 건 이용자에게 큰 매력이다. 언어발달 검사 등 일부를 빼고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치료비 부담이 적다. 일반은 회당 1만원 수준이다. 의료급여 수급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은 회당 1천원만 내면 된다. 8년째 이용 중인 박광수씨는 “대부분 입원이나 비급여 치료라 외래 재활 급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을 찾기가 어려웠다”며 “동네에서 이렇게 부담 없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게 공공의료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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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성수동 성수문화복지회관 1층에 자리 잡은 성동재활의원은 516.3㎡ 규모로 크지는 않지만, 성인과 소아 재활·물리·작업치료실을 각각 갖췄고 공용 언어치료실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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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장애가 있는 주민들에게 장점이다. 성동재활의원은 지하철 2호선 뚝섬역 6번 출구와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1번 출구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성수문화복지회관(뚝섬로1길 43) 1층에 자리했다. 입구에서 바로 접수대, 대기실, 치료실로 이어진다. 박광수씨는 “1층에 있어 오기가 좋고, 치료받는 환경이 좋아 이용하기가 편하다”며 “시간 배정을 잘해줘 많이 기다리지 않고 치료 시간도 여유있게 잡아줘 쫓기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좋다”고 했다. 박씨는 “이렇게 좋은 곳을 많이 알리고 싶어 홍보 리플릿을 항상 갖고 다니며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준다”고 했다.

성동구는 이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지원을 이어간다. 상반기 안으로 건물 주위를 장애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장애인주차구역과 경사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용자의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게 인력을 보강하도록 추가 예산 지원도 했다. 김상훈 성동구 장애인시설팀장은 “이용자들이 불편 없이 재활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보완해가고 있다”고 했다.

성동재활의원은 지역 주민의 이용이 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 김 원장은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분들에게 많이 알려져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저희가 힘들더라도 하루 이용 가능 최대 인원(32명)까지 받을 생각이다”라고 했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 재활치료가 필요한 분들이 편하게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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