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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트럼프보다 약하다고? 격전지 간 바이든, 中철강 때리며 노조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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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철강노조 본부에서 노조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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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저에게는 삼촌이 있었는데 제게 이런 말을 하곤 했죠. ‘넌 벨트 버클부터 신발 밑창까지 노조원이다’라고요.”

1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철강노조(USW) 소속 노조원들 앞에 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들 덕에 대통령이 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 대통령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사건 형사재판으로 발이 묶인 사이 바이든 전 대통령은 대선 최대 경합주(州)이자 그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노조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스크랜턴에서 전날 연설을 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 피츠버그, 18일 필라델피아까지 사흘 연속 펜실베이니아주를 훑는 일정이다.



“중국산 철강 관세율 3배 올릴 것”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원들 앞에서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공식화하며 중국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중국 철강회사들은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철강을 생산해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세계 시장에 덤핑을 한다”며 “그들은 경쟁(competing)이 아니라 부정행위(cheating)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00~2010년 중국산 철강이 시장에 넘쳐나면서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철강 노동자 1만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도록 내버려 둬야 하느냐”고 했다. 아울러 “불공정 무역 관행이 확인되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관세율을 세 배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최대 3배 인상하는 방안의 검토를 지시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만간 검토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관세 인상이 시행되면 현재 7.5% 수준인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 관세는 25%까지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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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철강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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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조선ㆍ해운업계를 두고 “불공정 무역 관행이 있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들 모두 종합하면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이고 표적화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놓고 트럼프와 강경 전략 경쟁에 나섰다”(뉴욕타임스ㆍNYT), “중국과 관련해 트럼프보다 약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CNN) 등 분석을 내놨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규모 보편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만큼 11월 대선에서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ㆍ중 통상 갈등이 심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오는 2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논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의 이번 방문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이 전날 밝혔다.



US스틸 매각도 ‘반대’…“美 회사로 남아야”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인수가 추진 중인 미 철강회사 US스틸과 관련해서도 ‘매각 반대론’을 재확인했다. 그는 “US스틸은 한 세기가 넘는 동안 미국의 상징적인 기업이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인이 소유ㆍ운영하고 미국인 철강 노동자들이 일하는 완전한 미국 회사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말해 철강 노조원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US스틸은 지난 12일 임시 주총에서 일본제철과의 합병안이 가결됐지만 최종 성사되기까지는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안보 우려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합병을 무조건 막겠다”며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선 승패를 가를 대표적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는 과거 철강산업의 메카로 불렸지만 지금은 쇠락한 러스트 벨트(Rust Belt) 중 하나로 블루칼라 노동자 표심의 비중이 큰 곳이다.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곳에서 8만여 표(득표율 1.17%포인트)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다소 밀리는 양상이다. 재선으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중국산 철강 관세 인상 카드로 노조 표심을 파고들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 지역에서 ‘트럼프는 억만장자 편’이라고 공격하는 TV 광고를 시작하는 등 물량 공세에도 나섰다.



대선 D-201 여론 “극심한 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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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최근 여론조사 658개를 종합 집계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평균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둘 다 45.1%로 동률을 기록했다. 사진 더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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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201일 앞둔 17일 현재 여론은 초접전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오차범위 내 경합열세 흐름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8일 TV로 생중계된 국정연설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이후 추격세가 감지된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최근 여론조사 658개를 종합 집계해 공개한 평균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둘 다 45.1%로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똑같았다.

NYTㆍ시에나대가 지난 7~11일 미 유권자 1059명을 상대로 실시해 13일 공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45%)은 트럼프 전 대통령(46%)과 접전 양상을 보였다. 2월 말 같은 조사(트럼프 48%, 바이든 43%) 때보다 격차가 4%포인트 줄었다. NYT는 “극심한 접전 상황”이라며 “일부 격전지 주에서 수만 표 차이로 승부가 결정난 2016년, 2020년 대선처럼 이번도 상당히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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