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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기자수첩]투자와 도박의 차이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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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삽화,개미,주가,그래프,돋보기,분석 /사진=임종철



몇년 전 강원랜드 카지노에 출장을 갔다가 사연이 딱한 중년남성을 만난적 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원래 서울에서 보험업을 하던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우연히 들른 카지노에서 첫판 20만원을 포함해 200만원 쯤 땄다가 인생을 카지노에 '올인'하게 됐다고 한다. 그 뒤론 모든 것이 무너졌다. 대출을 포함한 총 손실 7억원으로 이어졌고 아내와 자식과는 생이별했다. 그는 정선의 어느 모텔 호객꾼이 돼서 손님을 찾아 흡연부스를 오갔다. 담배를 멀리해야 하는 뇌경색 환자였음에도 그랬다.

그가 빚에서 탈출하고 새 삶도 찾았기를 바라지만 불안한 구석도 없지 않다. 한 번 도박에 맛을 들리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도박에서 승리를 거둘 때 '뇌의 마약'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엄청나게 분출될 수 있다. 도파민이 안기는 짜릿한 쾌감에 한 번 젖은 사람은 점점 강렬한 보상을 추구하다 파국적 결말을 맞기 일쑤다.

그런데 주식·파생상품·원자재 등 각종 투자를 통해 일순간 돈을 딸 때도 도파민에 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선 일반인이나 전문가나 속수무책이다. 파생상품의 투자중독성 취재를 도와준 정신과 전문의는 "내가 아는 동료 정신과 의사도 선물에 심취했다가 한 10억원 날렸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반짝 했던 전문가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이런 케이스다. 미국 월가에서 뛰어난 퀀트(Quant·계량적 분석가)로 유명했던 전직 투자가는 "본능에 역행해야 살아 남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고 했다. 제대로 투자를 하려면 도파민에 휘둘리지 않는 절제 능력부터 길러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는 증시 격언도 어쩌면 빠른 쾌감 쫓기에 급급한 투자를 경계하는 말일지 모른다. 코스피가 조정을 받으면서 잠재적 지지선을 찾는 분석이 늘고 있다. 떨어지던 주식이 사자마자 반등한다면 희열을 안겨줄 게 틀림 없다. 다만 충분한 분석과 확신 없이 변곡점 찾기에만 급급해선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저점 매수라는 명목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등 무리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카지노장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가 아닐지.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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