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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운전경력 인정" 렌터카들이 기다리던 호재와 빅2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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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린 기자]

실적 악화와 반토막 주가로 한숨짓던 롯데렌탈이 오랜만에 웃고 있다. 금융당국이 장기렌터카 운전경력을 보험가입경력으로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존엔 장기렌터카의 이용 경력은 보험 가입 시 인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장기렌터카 고객은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를 납부해야 했다. 문제는 이런 제도 변경의 혜택을 롯데렌탈만 누리는 게 아니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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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렌터카 이용자도 운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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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렌터카 사업자 롯데렌탈이 제도 변경으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당국이 장기렌터카 운전경력을 보험가입경력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개인의 운전경력이 왜 기업체인 롯데렌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걸까.

답을 말하기 전에 먼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자동차보험 경력인정기준 개선안'을 보자. 현행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를 1~29등급으로 분류해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한다. 처음엔 11등급을 주고, 사고가 없으면 매년 1등급씩 높아지면서 할인되는 구조다.

운전경력(1~3년)이 있으면 보험료를 할인하는 '운전경력 인정제도'가 있는데, 장기렌터카 운전기간은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장기렌터카 이용자가 납부하는 렌트비에 보험료가 들어있는데도, 보험의 주체가 사람이 아닌 차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운전대를 오래 잡았다고 하더라도 장기렌터카 이용자가 보험에 가입할 땐 신규 가입자로 분류돼 비싼 보험료를 내야 했다. 그런데 오는 6월부턴 달라진다. 렌터카 계약서와 임차료 납입증명서를 보험사에 제출하면 경력을 인정받는다.

롯데렌탈은 이런 제도 변화의 수혜를 톡톡히 입을 공산이 크다. 장기렌터카 고객이 보험료 부담을 덜면서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은 렌터카 인가대수 기준 점유율 1위 업체(20.5%)다. 장기렌터카 시장에서도 가장 많은 수의 차량을 빌려주고 있다. '렌터카 경력 인정' 호재를 가장 알차게 누릴 수 있는 사업자로 롯데렌탈이 꼽히는 건 이같은 시장 지배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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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렌탈의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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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장기렌터카 사업은 롯데렌탈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난해 롯데렌터카의 영업이익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장기렌터카 부문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부문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3.5%, 44.5%였다.

미래 성장성도 밝다. 장기렌터카가 신차 구입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과거엔 주로 법인 고객이 이용했는데, 최근엔 개인 고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편의성과 지속적인 안전관리 등 차별화한 서비스 덕분이다.

올해 초 롯데렌터카가 본격 개시한 중고차 장기렌터카 서비스 '마이카 세이브'와 이번 제도 변경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중고차 렌터카는 신차 대비 저렴한 중고차의 장점과 초기 비용ㆍ유지비가 낮은 렌터카의 장점을 결합한 서비스다. 지난 3월 1000대가 넘는 계약 건수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제도 변경과 맞물리면 이용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최근 롯데렌탈의 목표주가를 상향(3만8000원→4만2000원)한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바닥을 확인했고, 올해 2분기부턴 중고차 렌터카 서비스가 실적에 기여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국내 중고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자산 효율화에 나서면서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렌탈에 유리한 경영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번 제도 변경이 롯데렌탈에만 유리한 건 아니다. 롯데렌탈은 업계 1위 업체지만 시장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 점유율이 2021년 21.6%에서 2022년 21.4%, 2023년 20.5%로 수년째 하락 중이다. 가장 큰 경쟁자는 2위 업체인 SK렌터카다. 이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반대로 2021년 13.2%에서 2022년 13.7%, 2023년 15.4%로 상승하고 있다.

SK렌터카는 실적 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3045억원)이 전년(3084억원)보다 1.3% 감소한 롯데렌탈과 달리, SK렌터카의 영업이익은 28.2%(2022년 950억원→2023년 1219억원) 늘어났다.

공교롭게도 SK렌터카의 실적 반등을 이끈 공신 역시 장기렌터카 사업이다. SK렌터카가 제도 변경을 등에 업고 적극적으로 장기렌터카 고객을 끌어모은다면, 롯데렌탈엔 되레 악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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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K렌터카의 경우 사업 효율화를 꾀하는 모회사 SK네트웍스의 결정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최근 매각 작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데, 우선협상대상자로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SK렌터카는 새 주인을 맞아 더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다.

이런 위험요인 때문인지 롯데렌탈의 주가는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롯데렌탈 주가는 15일 2만705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부터 줄곧 2만원대 박스권에 갇혀있다. 2021년 8월 상장 당시 공모가(5만9000원)와 비교하면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ㆍ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도 0.77배에 불과할 만큼 저평가를 받고 있다. 주당 배당금을 기존 900원에서 1200원(기대 배당수익률 4.4%)으로 상향하는 통 큰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음에도 주가는 반응하지 않았다. 제도 변경이란 변곡점 앞에 선 롯데렌탈은 과연 '렌터카 시장 맹주 자리'를 굳건하게 다질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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