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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제 22대 총선

총선때 허공으로 날아간 표, 100만표 넘는다니…무효표에 담긴 뜻 되새겨야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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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을 찍으려면 어디에 기표해야 하나요?” 지난 10일 국회의원 선거 투표장을 찾았던 30대 직장인 A씨는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1~2번이 비어 있자 순간 당황했다.

현장에 있던 선거사무소 관계자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선거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투표용지를 한참 들여다보고 3~4번에 비슷한 이름이 있는 걸 본 A씨는 추측해서 투표를 했다. 투표소에 간 사람들 중 상당수는 낯선 당명으로 가득 찬 51.7㎝에 달하는 투표용지를 받은 뒤 A씨처럼 묻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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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지난 10일 오전 유권자들이 서울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4투표소에서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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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정당 투표에서 무효표가 ‘역대 최다’인 130만여 표로 나타났던 것도 이런 사례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물론 무분별한 비례정당 난립, 선거의 희화화, 꼼수 위성정당 재연 등에 실망해 무효표를 던지는 유권자도 많았을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 정당 투표수 2834만4519표 중 4.4%인 130만9931표가 무효로 처리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기 전인 20대 총선까지만 해도 정당 투표 무효표 수는 100만표를 넘은 적이 없다. 하지만 21대 총선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후 무효표가 폭증했다. 21대 총선에서 정당 투표 무효표는 약 123만표에 달했고, 무효표 비율도 4.2%로 상승했다.

국회는 지난해 4월 전원위원회를 열어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고, ‘혈세’를 들여 한국 정치 역사상 최초로 선거제도 개편 국민 공론조사까지 실시했다.

하지만 22대 총선 전까지 달라진 건 없었다. 지난 2월 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결론을 내린 후, 여야는 꼼수 위성정당을 창당했고 선거에 임했다. 어찌 보면 130만표에 달하는 무효표는 예고돼 있었지만, 여야가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애써 외면했던 셈이다.

총선은 끝났고 여야 모두 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이 전체 판세에 담긴 민심뿐 아니라 130만표 무효표에 담긴 ‘민의’도 잘 되새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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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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