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신용카드·차명 계좌 사용 등 혐의 확인
청탁금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적용
경찰 수사에 관한 알선 명목으로 사업가에게 수억 원을 뇌물로 받은 경찰 고위 간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공수처 수사1부(김선규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김모 경무관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의류업체 대표이사 A씨는 뇌물공여 혐의, 김 경무관 오빠 B씨, 지인 C씨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방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경무관은 지인 소개로 알게 된 A씨에게서 사업과 형사사건 등에 관해 담당 경찰에게 알선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후 이를 들어주는 명목으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A씨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B씨와 C씨 명의 금융계좌를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총 7억7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경무관은 수사 과정에서 B씨 명의 계좌가 본인의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공수처는 9회에 걸친 계좌 추적을 통해 확보한 거래 내역과 IP, MAC 주소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B씨 명의 계좌가 김 경무관의 차명계좌인 것을 확인했다. 김 경무관은 C씨 명의 계좌 등을 이용한 자금 세탁 방식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수처 관계자는 "김 경무관과 A씨 간 휴대전화 메시지 포렌식 내용, 관련자들 진술 등에 비춰 이들 사이에 A씨의 불법적인 장례 사업, 사업상·수사상 편의 제공에 관한 알선 합의가 있었음이 입증됐고, 관련 법리를 적용해 알선을 명목으로 한 뇌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공수처는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김 경무관 재산 7억원 상당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해 지난 9일 인용 결정을 받았다.
공수처 수사2부는 김 경무관이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사건도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속 수감 중인 이 회장을 불러 조사했으며 계속 수사를 진행한 후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김 경무관 사건은 2021년 1월 공수처가 출범한 후 범죄 혐의를 자체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첫 번째 사건이다.
아주경제=정해훈 기자 ewigju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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