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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전공의 파업 끝나더라도 끝 아냐”…의사 파업으로 바닥 드러낸 의료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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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에서의 건강권 보장 및 의료공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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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생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이 9주째에 접어들었다. 의료계 집단 행동으로 응급실 뺑뺑이, PA간호사, 지역의료·필수의료 부족 등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해묵은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공의료 강화, 비수도권 의료 기반 강화 등 ‘전공의 현장 복귀 그 후’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의료계·환자단체·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의료계 집단 행동 종료 이후에도 여전히 남을 문제의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1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 모였다. ‘의료 공백 장기화 상황에서의 건강권 보장 및 의료 공공성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은 “강대강 대치 속에서 의료 이용자인 시민들의 목소리는 실종됐다”며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의료 서비스 공급체계를 필수의료·공공의료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봤다. 예방의학전문의인 임준 인권위 사회권 전문위원은 비수도권 지역에 일정 규모 이상의 병상과 전문의를 갖춘 이른바 ‘똘똘한 병원’이 생기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했다.

임 전문위원은 “필수·중증 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병원은 24시간 응급실을 가동할 수 있고 전문의가 최소한 60~70명은 되어야 하는데, 서울을 제외하곤 그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 전문위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공공·민간병원이 응급실 등 필수 인력을 보전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국면에서 환자들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 연합회 대표는 “신규 환자들은 알아서 ‘빅5’가 아닌 다른 병원을 찾고 있다”며 “환자의 생명권이 침해당하는데 의료계도, 정부도 의료 공백 사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발생하더라도 응급실, 분만실 등 필수 의료 현장은 작동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필수의료 행위를 정지·폐지·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계류돼 있다.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 측에선 전공의들의 직업의 자유 등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공익 목적이 아닌 통제를 위한 것이라고 본다”며 “의료는 공공의 성격을 띠지만 의사는 공공재가 아닌 한 사람의 시민”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대한민국 의료 서비스는 전공의를 죽여서 만든 것인데, 우리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은 없다”며 “전공의의 인권 또한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류옥씨는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이 신체·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처라며 지난주에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하루 빨리 끝나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인천시의료원장인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전공의 집단행동은 한국 보건의료의 적폐가 발현된 것으로 국민, 의사, 환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정책 수립과 집행의 주체로서, 의사는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국민 모두를 위한 공공의료 강화에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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