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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르포] '항공엔진 1만대 생산' 한화에어로…이젠 독자엔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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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대 중후반까지 개발 목표…6세대 무인전투기 엔진 개발도 '도전'

창원공장서 1만대 생산 기념행사…"글로벌 항공엔진 시장 본격 진입"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 1979년부터 생산해 온 항공엔진들이 전시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첨단 항공엔진 개발과 6세대 무인 전투기 엔진 개발은 도전적인 목표지만, 지난 45년간 쌓은 기술력과 인프라, 정부와 협력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지난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남 창원1사업장에서 개최한 '항공엔진 1만대 출하 기념 미디어 행사'에서 사업 소개를 맡은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전무)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이 전무는 항공엔진용 가스터빈을 "기계공학의 총합"이라고 칭하며 "원소재, 설계 등 모든 구성 요소가 산업용·발전용과는 기술적 난이도에서 천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꿈의 기술'로 불린다"고 했다.

항공엔진은 특히 고온·고압·고기능이 요구되는 가혹한 환경에서 기능해야 하므로 관련 기술력을 갖추는 것은 해당 국가의 기술력 척도로 볼 수 있고, 국방력을 좌우한다고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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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사업 현황과 중장기전략 설명하는 이광민 항공사업부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현재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전투기 엔진 기술을 가진 국가는 서구권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동구권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도밖에 없다.

기업 중에서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랫앤휘트니(Pratt & Whitney), 영국 롤스로이스(Rolls-Royce), 프랑스 사프란(Safran) 등 소수에 불과하며, 이들 업체가 전 세계 항공엔진 시장의 약 70∼8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설계·소재, 공정·부품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민간 업체는 면허생산 등으로 항공용 가스터빈 엔진과 일부 부품을 제작·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독자적으로 항공엔진을 설계·제작할 수 있는 기술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 창정비 생산을 시작으로 지난 45년간 항공기 등에 탑재되는 엔진 1만대를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엔진 설계 및 해석, 소재 및 제조, 시험 및 인증 등 항공엔진 전반에 걸친 기반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도미사일 엔진, 보조 동력 엔진(APU) 등 1천800대 이상의 엔진을 독자 기술로 생산했다.

아울러 공군 주력기 엔진 생산과 함께 45년간 총 5천700대의 항공 유지·보수·정비(MRO)를 진행하면서 국내 유일의 엔진 설계·생산·MRO 통합 역량 보유 업체로 성장했다.

이런 역사를 함께 썼다는 자부심이 항공엔진 사업 역사와 비전을 소개하는 이 전무에게서 느껴졌다.

기자들이 방문한 창원1사업장 엔진 조립동에는 1979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초 생산한 항공엔진 모델인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부터 KF-16에 탑재됐던 F100 엔진,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보라매에 탑재되는 F414 엔진까지 45년의 항공엔진 역사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실물 엔진이 전시돼 있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전투기 엔진을 비롯해 무인기·헬기용 엔진, 함정용 엔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탑재되는 발사체 엔진, 유도미사일 엔진 등 다양한 종류의 엔진이 생산되고 있다고 했다.

시운전실에서는 '1만번째 엔진'인 F404 엔진이 출고 전 최종 연소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중에 매달린 엔진이 점화되는 순간 굉음과 함께 엔진 뒤쪽에서 푸른 화염이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와 '괴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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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호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F404 엔진은 출고 후 공군 전술 입문 훈련기인 TA-50에 장착될 예정이라고 했다.

김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은 "항공엔진의 고장은 돌이킬 수 없는 인명, 재산 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번 엔진을 만들 때마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꼼꼼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출력을 뿜어내는 항공엔진은 역설적으로 미세하고 정밀한 설계·제작 기술이 필요하다.

고도와 속도 변화가 큰 환경에서 운용되고 기상 상황은 물론 강우, 조류, 얼음, 먼지 흡입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사시 신속하게 이륙해 작전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동을 건 뒤 2∼3분 안에 최대 출력까지 도달해야 하는 성능을 갖추는 것도 필수다.

이 때문에 미국연방항공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 국제 공인기관을 통해 엔진 파손 시 기체 보호를 위한 밀봉 설계 인증, 공기 흐름으로 인한 기체 하강 시 자체 회복 능력 기준 등 200여개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통과해야 엔진 출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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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엔진 점검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 중·후반까지 정부와 함께 KF-21 엔진과 동급 수준인 1만5천파운드급 첨단항공 엔진을 독자 개발해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 운용 등이 요구되는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약 400억원을 투자해 1만6천529㎡ 규모의 스마트 엔진 공장을 조성, 정보기술(IT) 기반의 품질관리와 물류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현재 기존 항공엔진 기술 보유국들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수출관리규정(EAR) 등 규제에 따라 엔진 관련 기술 이전과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세대로 불리는 무인 전투기 수요가 확대되면 항공엔진 수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6세대 엔진 개발은 발전기를 엔진 내부에 삽입해 고전력을 생산하는 'E2SG' 기술과 금속 소재보다 내열성이 우수한 세라믹 복합재 등의 첨단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협력사들과 함께 항공엔진 생태계를 조성해 첨단 독자 엔진 개발을 넘어 무인기 엔진, 민항기 엔진 등을 추가로 개발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 전무는 "앞으로 전투기급의 독자 엔진 기술을 확보해 자주국방은 물론 2029년 약 1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인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에 본격 진입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국내외 보유한 연구개발(R&D) 및 제조 인프라를 가동하고, 글로벌 항공엔진 기업들과 협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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