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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확전에 “유가 120~130달러 갈 수도”
12일(현지시간) 런던 ICE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물 브렌트유는 장 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 거래일 대비 0.8%(0.71달러/배럴) 오른 90.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도 전 거래일 대비 0.75%(0.64달러)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차준홍 기자 |
국제 유가는 폭풍 전야다. 주요 산유국협의체 OPEC플러스(+)의 감산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내 확전이 추가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어서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진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들의 주요 원유 수송로로 전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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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6월 인하…금리 인상도 거론
국제 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도 기약이 없게 됐다. 14일 오후 5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전망한 6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기존 50%대에서 26.9%까지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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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다음 Fed의 조치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피벗(Pivot·긴축 정책 전환)이 늦어지면서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한국도 이자 부담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들의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4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보증기금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금리 부담으로 인해 소상공인 대신 신보가 갚아준 빚의 금액은 지난해 5074억원으로 2022년 1831억원에 비해 약 17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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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 육박 “경제 어려움 더 커질 것”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연일 급락(환율은 상승)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지난 12일 전 거래일 대비 11.3원 떨어진 1375.4원에 거래를 마치며 올해 최저점을 경신했다. 1370원대 환율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차준홍 기자 |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도 커지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이 이란-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이는 달러화의 상방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럽 등 미국이 아닌 주요 국가들이 경제 침체 우려로 미국 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어, 금리 격차에 따른 달러 강세는 당분간 더 지속할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수입 물가 상승을 가져올 수 있어 전체 경제에는 부담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미국만큼 충분히 금리를 올리지 못했던 것이, 중동 전쟁 같은 외부 요인과 겹쳐서 고물가와 고환율의 부작용을 지금 만들어 낸 것”이라면서 “현재 물가·금리·환율 문제는 당장 정부가 손쓸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경제의 어려움은 당분간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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