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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내 피 뽑아 버텼지만, 이제 다 접을 것”···공정위, ‘대리점 갑질’ 한샘·퍼시스·에넥스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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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 모습. 이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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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한샘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정석씨(가명·4년차)는 최근 폐업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에 열었던 전시장도 모두 정리했다. 매출 수준은 전국 최상위권이었지만 정작 결산을 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매달 돌아오는 물품대금 결제에 대한 부담이 컸다. 정해진 결제일에 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한샘 본사는 약속했던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단 10만원이 모자라도 미지급으로 간주했고, 결제일 바로 다음날 잔액을 다 치러도 마찬가지였다. 물품대금 결제와 판매장려금 지급 여부는 별개 사안이지만 처음부터 본사는 대리점에 불리한 계약을 강요했다. 김 씨는 “본사가 갑질을 할 수 있도록 말도 안되는 계약 조건을 내걸었다”며 “그동안 내 피를 뽑아 한샘에 수혈하면서 버텼는데, 이제는 손해를 감당하 수 없어서 다 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샘과 퍼시스, 에넥스 등 국내 주요 가구업체가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벌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한샘 등 3개 가구사의 판매장려금 미지급·판매금액 정보 요구·판매목표 강제 등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한샘과 퍼시스는 2017년부터 대리점이 결제일에 물품대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약속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대리점이 결제일을 지나 물품대금을 다 내더라도 미납액 비율이나 지연일수와 관계없이 판매장려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았다. 해당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한샘과 퍼시스가 지급하지 않은 판매장려금은 각각 약 2억6600만원(78개 대리점), 약 4300만원(25개 대리점)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대리점이 본사에 물품대금을 납부하는 것과 본사가 대리점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연관성이 없다”며 “그럼에도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조건을 설정한 것은 대리점법을 위반한 불이익 제공 행위”라고 설명했다.

한샘은 또 2020년 1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대리점에 자사가 공급하는 제품의 판매금액 정보를 자신이 운영하는 경영정보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했다.

판매금액은 대리점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중요 정보다. 판매금액을 본사가 알게되면 대리점의 마진 수준이 노출되기 때문에 본사와의 공급가격 협상에서 불리해진다. 공정위는 한샘의 판매금액 정보 요구는 경영활동 간섭으로 대리점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강제한 업체도 적발됐다. 에넥스는 2013년 4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대리점에 분기별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대리점에 매출 패널티를 부과했다. 해당 기간 매출 패널티 규모는 27개 대리점 3억9000만원이 넘는다.

이들 가구 업체의 불공정 행위는 장기간 이뤄졌지만 공정위의 제재는 시정명령에 그쳤다. 앞서 한샘의 경우 10년간 아파트에 들어가는 빌트인 가구 입찰 담합 행위로도 적발돼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전체 대리점 수에 비해 피해를 입은 대리점은 10% 정도 수준이고 대리점별 피해 금액도 크지 않아서 대리점의 피해 정도가 상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당 업체들이 불리한 계약 규정을 자진시정한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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