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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여름 모기는 옛말…기후변화에 4월부터 '벚꽃모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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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전국에 때 아닌 '일본뇌염주의보' 발령

이상기온에 부쩍 빨라진 초여름 날씨…모기에 벚꽂까지 빨리 나타나

노컷뉴스

서울 지역 벚꽃이 본격적으로 만개하기 시작한 3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벚꽃이 만개해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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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구경한 지 몇일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모기가 나올 줄은 몰랐어요"

벚꽃이 만발한 서울 동작구 한강변에서 만난 서모(28)씨는 자전거를 잠시 세워 둔 채 곳곳이 모기에 물린 종아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날씨가 풀려 친구들과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다는 서씨는 "초여름도 아닌데 모기가 나와서 당황스럽다. 우리들끼리 모기약을 뿌리고 나왔어야 했나 이야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봄철 한복판에 들끓는 모기에 이제는 봄에도 모기향을 피워야 잠들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온 여파에 '여름철 불청객'이라는 모기의 별명도 과거 속으로 사라질 모양새다.

동작구 주민인 60대 심모씨도 "모기 한방 물리면 잠을 잘 못자는데 모기향을 4월부터 피우게 생겼다"고 울상지었다.

서울 관악구 원룸촌에 사는 차모(27)씨는 "모기가 몇시간 괴롭히는 통에 잠을 설쳤다"며 "4월부터 모기가 등장하는게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0일 전국에 일본뇌염주의보를 발령했다. 29일, 전라남도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올해 처음으로 '작은빨간집모기'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본뇌염을 사람들에게 옮기는 빨간집모기는 논이나 동물축사, 웅덩이 등에서 사는 암갈색의 모기다. 본래 5월 말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8~9월에 가장 많이 늘어나는데, 최근에는 3월 말부터 출현하고 있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발열, 두통 등의 가벼운 증상만 보이지만, 일부는 급성 뇌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일본뇌염에는 별다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받고, 애초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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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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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질병까지 퍼뜨릴 수 있는 모기가 갈수록 빨리 출현하는 까닭은 기후 변화 때문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겨울이 끝난 후 기온이 오르는 시기도 빨라지면서 모기를 비롯한 해충들의 활동도 활발해지는 것이다.

고신대학교 보건환경과학부 이동규 석좌교수는 "모기는 기온에 민감한 곤충이라 기후변화가 반영됐다"며 "뇌염을 일으키는 작은빨간집모기는 성충 상태로 월동하기 때문에 기온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인 온난화로 빨간집모기의 출현시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기상청이 이달 3일 발표한 '2024년 3월 기후특성 분석'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기온은 6.9도로 평년보다 0.8도 높았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는 "곤충은 변온 동물이어서 따뜻해지면 바로 반응을 한다"며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꽃만 빨리 피는게 아니라 곤충과 동물도 다 빨리 움직이는것"이라고 말했다.

기온상승에 영향을 받은 것은 모기 뿐만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벚꽃 개화 시기는 역대 다섯번째로 빨랐다. 지난 1일 개화했던 벚꽃은 지난해보다는 7일 늦었지만 평년보다 7일 빨랐다.

서울 벚꽃 개화시기는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빨라지고 있다. 1922~2014년까지 4월 중순에 개화하던 벚꽃은 2014년에 3월말에 등장하더니 올해도 4월 초에 개화했다. 전국 주요 도시 벚나무 개화시기도 평년보다 2~8일 빨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벚꽃이 개화를 하려면 일정 온도 조건에 도달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평년 대비 봄철 기온이 따뜻해져 빨리 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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