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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코앞도 안 보인다"…해경이 3~7월 바다에 '주의보' 내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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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3월 11일 전남 완도군 조약도 인근에서 발생한 어선 간 충돌 사고 현장. 짙은 농무(안개)로 인한 사고로 파악됐다. 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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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뭐야?” " 지난해 6월 13일 오전 7시쯤 전남 신안군 안좌도 북서방 인근 해상. 안좌도를 떠나 목포로 향하던 466t급 여객선 앞에 무엇인가가 다가왔다. 곧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충돌했다. 충돌한 물체의 정체는 29t급 어선이었다. 당시 여객선엔 65명, 어선엔 7명이 각각 타고 있었지만 충돌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여객선의 램프 하단 일부가 손상됐고, 어선에선 배를 고정할 때 쓰는 닻 4개가 사라졌다.

사고의 원인은 ‘안개’였다. 시정거리가 500m도 되지 않는 짙은 안개가 바다를 뒤덮으면서 앞이 보이지 않아 충돌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선박사고 원인 40%가 ‘농무기’…3~7월 바다 안개 조심



해양경찰청이 봄·여름 바다에 ‘농무(濃霧)주의보’를 발령했다. 농무는 짙게 끼는 안개로, 시정거리가 1㎞ 이하일 때를 뜻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발생한 따뜻한 공기가 해면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서 국지적·기습적으로 생겨나는데 우리나라에선 3~7월에 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한 충돌·좌초 등 해양 사고가 이어지자 해경이 주의보까지 발령한 것이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해양 사고는 총 1만9316건으로 34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40%인 7742건(인명피해 113명)이 농무기인 3~7월에 발생했다.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은 부유물 감김(1143건), 충돌(689건), 운항저해(583건), 좌초·좌주(392건)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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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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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어선(낚시)과 레저 선박의 농무기 사고 비율이 81%(6305척)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11일 오후 2시쯤 강원도 삼척시 덕산항 인근 해상에선 4명이 타고 있던 9.77t급 어선 A호와 3명이 타고 있던 7.31t급 어선 B호가 충돌했다. 바다에서 그물로 물고기를 잡던 B호를 A호가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B호의 선수 왼쪽이 파손되면서 기관실이 침수됐다.

같은 해 4월 29일 오전 10시쯤에도 충남 보령시 소녀암 인근 해상에서 22명을 태운 9.77t급 낚시어선 C호와 다른 낚싯배인 D호(22명 탑승)가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낚시 포인트로 이동하던 C호가 짙은 안개로 D호를 보지 못하고 충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승객 등 6명이 다치고 각 낚싯배의 선미 등이 파손됐다.

해경 관계자는 “3~7월은 따뜻한 기온으로 낚시 등 행락객들로 인한 해양 활동도 늘어나는데 소규모 어선이나 레저 선박은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레이더 등 안개 대응 장비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사고 위험이 높다”며 “짙은 안개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조난 신호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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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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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사전 홍보 등 농무기 대책 마련



해양 사고가 급증하는 농무기를 맞아 해경도 대비·대응 계획을 수립·시행한다. 해양경찰서별로 해역 특성을 고려한 현장 중심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해양종사자를 대상으로 농무기 안전 교육과 주의사항 등을 홍보하고, 적시에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전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관계기관과 합동 회의·훈련을 통한 협력체계 강화와 출항 전 장비 사전점검 철저 등 신속 대응 대책도 마련했다.

해양경찰 관계자는 “농무기 사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해 장비 등을 사전에 점검하는 걸 생활화하고, 제한된 시계에서의 항법 준수 등 운항자의 안전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배를 타기 전에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꼭 갖추고, 만약 사고가 나면 긴급신고번호(119·112)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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