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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 요약
-영국 독일 등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선진국 가운데 장기 경기침체를 겪은 것은 일본뿐이다.
-인구가 줄어도 경제는 성장할 수 있다. 원화 자산과 미국 달러에 적절히 분산투자하자.
-다만 실버산업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부동산 양극화도 심해지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인구와 투자의 미래 확장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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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으로 인간의 이성이 드디어 자연을 정복했다는 낙관론이 팽배하던 1798년 토머스 맬서스는 멸망을 예언했다.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식량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는 인구를 부양하지 못하는 순간이 다가온다는 '인구론'을 내놓은 것이다. 충격을 받은 당시 지식인들은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이미 인류는 끝장이 나야 했는데 왜 아직도 유지되고 있느냐"고 반론했다. 맬서스는 질병, 기근, 전쟁 등이 인구 증가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증가가 재앙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덫(맬서스 트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윌리엄 피트 당시 영국 총리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빈민구제법을 철회했다.
맬서스는 빈민을 모두 없애야만 한다고 주장한 냉혈한이 아니었다. 인구 증가를 예방하지 못해 재앙이 닥치면 이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산아 제한 같은 예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구론의 성공으로 대학교수가 된 맬서스는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다. 동료들은 "저렇게 싱겁고 유쾌한 사람이 그 참혹한 질병과 기아를 예견한 사람과 동일인인가"라고 놀랐다. 1805년 결혼한 그는 세명의 자식을 뒀다. 스스로의 이론을 증명한 셈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 그는 ″식량 생산 증가가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전쟁, 질병, 기아 등의 재앙이 올 것″이라는 '맬서스 트랩'을 경고했다. |
요즘 인구론은 '인문계 졸업자 구십 퍼센트는 논다'의 약자라고 한다. 맬서스 트랩은 다행히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기술 혁신은 안정적인 식량 공급으로 이어졌고, 산업화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적은 수의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맬서스 트랩'의 공포는 이후 경제, 사회,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만 해도 불과 20년 전까지 '둘만 낳아 잘 키우자'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가족계획 포스터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중국은 아예 한명 이상의 자녀를 낳지 못하게 법으로 못박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인구절벽'이다. 합계 출산율이 0.7까지 떨어지면서 50년 후에는 나라가 소멸한다는 '역 맬서스 트랩'의 공포가 온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인 홍춘욱 박사는 저서 '인구와 투자의 미래'를 통해 이런 공포에 휘둘리지 말라고 역설한다. 인구 감소가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 실물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단순히 '라떼는 말이야~' 수준이 아니라 각종 중장기 데이터와 세계 각국 지표 등을 들어 공포를 조장하는 선지자들을 반박한다. 당신이 공포에 움츠리는 동안, 투자 기회는 조용히 사라진다는 거다.
홍 박사는 2017년 내놓은 책을 수정, 보완해 올 2월에 '인구와 투자의 미래 확장판'을 내놨다. 이 글에서는 2017년판을 기준으로 삼았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쓰나미가 세계 경제를 휩쓴 상황에도 그의 분석이 타당한지 돌아보기 위해서다. 워런 버핏도 "수영장에 물이 빠져야 누가 발가벗고 헤엄치는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심각하다. 합계 출산율 2.1이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하한인데 우리는 0.7 수준이다. 앞으로 50년 안에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절반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따라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나타나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 실물자산의 가격 역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암울한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이웃 일본만 봐도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소득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1995년 1인당 GDP 4만4000달러로 2만8000달러던 미국을 압도했지만, 2022년에는 3만3000달러로 오히려 줄어들어 미국(7만8000달러)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1만2000달러에서 3만2000달러로 늘었다.
이런 일본의 모습을 우리의 미래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한 2006년 이후 2015년까지 경제규모는 1.2배 커졌고, 주가는 1.9배로 뛰었다. 확장판을 기준으로 하면 GDP는 1.84배, 다우존스 지수는 3.14배로 뛰었다. 코로나19의 창궐 이후 미국 경제는 오히려 성장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경제규모는 20년 전보다 30% 커졌으며 부동산 가격은 1.1배, 주가는 5.2배 상승했다. 영국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이후 10년간 경제 규모는 1.1배, 부동산은 2.6배, 주가는 1.1배 상승했다.
홍 박사는 "일본은행은 1985년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아 부동산, 주식 버블을 키웠고, 1990년 버블이 터진 뒤에는 1993년까지 금리 인하를 주저하다가 1500조엔에 달하는 자산을 날려 먹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불황에 빠진 것이 아니다. 미국은 201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작아지고 있지만 일본 같은 장기불황을 겪지는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 종식 이후 물가 상승으로 더 고생하고 있다. 부럽게도….
그렇다면 우리는 인구절벽이라는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구가 줄더라도 '노령층 증가- 내수 감소- 기업 이익 감소- 부동산, 주가 하락'이라는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일단 지금부터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노령층은 '단군 이래 가장 부자'다. 70년대 이후 고도성장의 과정을 겪으며 처음으로 자산을 추적한 세대다. 따라서 미국처럼 '노령화- 인력 부족- 임금 상승- 자산 증가'의 경로를 밟을 수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고용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 아닌가. 홍 박사는 앞으로 5~6년 후 국내 고용시장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본다. '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 쌔고 쌨다'고 배짱을 부리는 '좃소기업'은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다.
거시적인 문제는 그렇다 치고, 개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홍 박사는 실질금리 하락에 대비하고, 한국 자산과 미국 달러에 분산 투자하며, 부동산은 양극화에 대비해 클러스터 지역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 리츠(REITs)에 투자하는 등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젊은 세대는 '대주주의 전횡이 극심한 국장(국내 주식시장)과 버블이 잔뜩 낀 부동산을 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주식의 수익률은 복리로 연평균 8.5%에 달한다. 연평균 1.6%인 배당까지 다시 투자했다면 연 10%가 넘었을 것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4%다. 구입 자금의 절반 정도를 빌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수익률은 8%에 달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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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판이 나오면서 인구나 투자의 구체적인 수치는 조금 달라졌다.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중국이 급격한 노령화로 성장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진단과 대안은 2017년이나 2024년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홍 박사는 "변화의 시기에는 멀리 보는 자가 이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겪어보지 않았기에, 86세대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끼기에 장기 전망이나 투자에 소극적이기 쉽다. 유튜브에는 폭락과 멸망의 예언자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증권가에는 '비관론자는 명성을 얻고, 낙관론자는 돈을 번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그저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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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을 거쳐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를 맡고 있는 홍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경제분석가다. 개인적으로도 10년 전부터 가장 신뢰하는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한명이다. 네이버에 '채훈우진아빠의 세상을 보는 눈'이라는 블로그를 2010년부터 운영하는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 프리즘 홈페이지(https://www.frism.io)에도 경제 전망과 이슈 분석 관련 좋은 글이 많이 올라오니 굳이 투자를 맡기지 않더라도 시간 날 때마다 한번씩 블로그와 함께 들러보기를 권한다.
홍 박사는 2017년 한국 주식과 미국 국채에 분산투자를 권했다. 아파트를 사느라 원화 자산 비중이 높은 사람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여기에 따랐다면 현재 성과는 어떨까. 미국 최대 투자회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미국장기국채 ETF 가격은 2017년 말 2만7000달러에서 올 3월 2만3000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달러 환율이 1100원에서 1350원으로 올랐고, 연평균 3%의 배당을 고려하면 손해는 아니다. 사실 2020년 초 3만8000달러까지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유탄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낮출 경우 큰 폭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채권은 요즘도 상당히 매력 있는 투자처다.
같은 기간 한국 주가(KOSPI)는 2500에서 2700으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기준 2021년1월=100)는 64.8에서 2024년 3월 90.3으로,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2만4000에서 3만9000으로 올랐다. 대표적인 국내 배당주 펀드인 아리랑 고배당주 ETF 역시 32%의 수익률을 올렸다. 물론 아무 때나 어디든 투자해도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2017년 투자에 나섰다가 모든 금융상품이 약세를 면치 못했던 2020년 초에 팔았다면 적지 않은 손실을 봤을 것이다. 다만 1997년 외환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시장을 얼어붙게 할 때마다 결국은 극복해냈다. 인구절벽과 국가소멸론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라는 대사처럼. 그때 '헬조선(Hell조선)은 결국 망할 거야'라며 손 놓고 있던 사람과 '뭐라도 해야지'라고 대비한 사람, 누가 웃을 수 있을까. 당신은 어느 쪽인가.
◇네오클래식의 향연- 현대의 고전 풀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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