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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선택지가 없다" 동네 사장님 잡는 무료배달의 이면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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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 "횟수 제한 없이 매 주문 무료배달" "모든 주문 기본 배달비 0원"…. 배달앱 업체들이 앞다퉈 무료배달에 뛰어들고 있다. 비싼 배달비에 부담을 느껴온 소비자엔 긍정적인 서비스다. 배달앱 업체들도 "소비자뿐만 아니라 점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료배달로 주문량이 증가하면, 점주의 매출과 수익도 늘어날 거란 얘기다.

# 하지만 점주의 반응은 다르다. 배달앱의 무료배달에서 '점주'의 자리는 없다고 한탄한다. 우리는 視리즈 '배달앱 무료배달의 그림자' 1편에서 점주들의 선택권을 빼앗은 '요금제 개편' 문제를 살펴봤다. 2편에선 '선택지가 사라진' 동네 사장님의 비명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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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업체들이 앞다퉈 무료배달에 뛰어들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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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쿠팡이츠'가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4월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주문금액의 10%를 할인해준 데 이어, 올 3월부턴 '무제한 무료배달'을 시작했다. 쿠팡이츠의 전략은 즉각 효과를 나타냈다. 쿠팡이츠의 3월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649만명(와이즈앱·리테일·굿즈)으로, 업계 2위 '요기요(598만명)'를 넘어섰다.

이를 가만두고 볼 리 없는 업계 1위 '배달의민족(2126만명)'은 곧바로 맞불을 놨다. 배민은 4월부터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무료배달 경쟁은 그렇게 불붙었다. 그동안 비싼 배달비에 부담을 느껴온 소비자들은 반길 만한 정책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점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배달앱 업체들이 무료배달 경쟁을 시작하기 전 '점주 요금제'를 개편했는데, 이 과정에서 점주가 배달비를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배민이 1월 출시한 '배민1플러스' 요금제는 단건배달인 '한집배달'과 묶음배달인 '알뜰배달'을 통합한 방식이다.

점주는 중개수수료 6.8%와 배민이 정하는 배달비 2500~33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기존 한집배달의 경우, 중개수수료 6.8%에 총 배달비 6000원을 점주와 소비자가 나눠 부담하고 배달비 분담률은 점주가 책정했다. 점주가 마진을 고려해 배달비를 결정할 수 있었지만 새 요금제에선 선택권이 사라진 셈이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기존 4가지 요금제를 하나로 통합한 '스마트 요금제'를 선보였다. 점주는 중개수수료 9.8%(기본 요금제 기준)에 쿠팡이츠가 설정한 배달비 1900~29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쿠팡이츠 역시 중개수수료는 기존 요금제와 동일하지만, 배달비 책정 권한을 쿠팡이츠가 가져갔다. 이런 이유로 점주들이 새 요금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가뜩이나 높은 중개수수료가 부담인데, 배달비마저 배달앱의 결정을 따라야 하느냐는 거다. 그러자 배달앱 업체들은 "점주에게 다른 선택지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높은 중개수수료가 부담이라면 다른 요금제를 선택하면 그만이란 얘기다. 과연 그럴까. 배민이 운영하는 '울트라콜'을 사례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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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주의 고민➊ = 울트라콜은 월 8만8000원(부가세 포함)을 지불하면, 배달앱에 가게를 노출하고 주문을 연결해주는 정액제 서비스다. 배달은 점주가 직접 하거나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처리한다. 이른바 '가게배달'로 불린다. 정액제인 만큼 매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배민에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없다.

문제는 가게배달은 무료배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급했듯 배민은 배민1플러스 요금제에 포함된 알뜰배달에 한해 무료배달을 제공하고 있다. 점주 A씨는 "소비자는 당연히 무료배달이 되는 알뜰배달로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말을 이었다. "매달 8만8000원만 내면 끝인 정액제 요금제는 그나마 부담이 덜한데 주문이 줄어서 고민이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다. 쿠팡이츠를 이용해온 점주는 스마트 요금제로 전환하지 않고 기존 요금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무료배달 혜택은 스마트 요금제의 세이브배달에만 적용한다. 쿠팡이츠 점주 역시 결국 소비자가 몰리는 스마트 요금제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배달앱들이 자신들에 유리한 요금제로 전환을 유도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례로 배민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감에서도 "앱의 UI(소비자인터페이스)를 조정해 점주를 정률제 요금제로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배민은 지난 8일 UI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카드 형식이던 앱을 서비스별 탭으로 바꿔 가게배달도 더 눈에 띄도록 하겠다는 거다. 배민 측은 "한집배달·알뜰배달(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동일한 면적으로 나란히 배치해 점주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점주들은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점주 B씨는 "소비자가 가게배달 탭을 찾아 들어온다고 해도, 주문화면에서 '알뜰배달 무료배달 됩니다'라는 배너가 떠 있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결국 소비자는 배너를 타고 무료배달이 되는 알뜰배달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점주의 고민➋ = 무료배달 경쟁을 바라보는 점주들의 시선이 싸늘한 이유는 또 있다. 점주들은 높은 수수료 부담에 허덕이는 데다 배달비를 자율적으로 책정할 권한까지 뺏겼지만 정작 배달앱 업체들은 막대한 수익을 남기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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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업체들이 무료배달 경쟁을 시작하기 전 ‘점주 요금제’를 개편했는데, 이 과정에서 점주가 배달비를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졌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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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배민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415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4240억원) 대비 65.0% 증가했다. 쿠팡이츠 역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2021년 5958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7925억원으로 3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억원 적자에서 77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점주 C씨는 "배달앱은 전국민이 사용하는 공공성이 강한 범용적인 서비스로 발돋움했지만, 수수료율은 자영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수준이다"면서 "그렇게 남긴 막대한 수익으로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모습에 점주들은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플랫폼 간 과도한 경쟁은 결국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면서 "(배달앱 업체들이) 소비자뿐만 아니라 배달앱의 또다른 이용자인 점주를 위해 적정 수수료를 책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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