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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출산휴가 없지만 아이 키워주는 기업 늘리는 미국[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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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복지 채택 기업 증가

팬데믹·인력난에 워킹 맘·대디 수요 고려

기업 중심 변화…생산성↑ 이직률↓ 기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급 출산휴가 보장이 없는 유일한 국가 미국에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복지로 제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보육시설을 찾는 워킹 맘·대디가 늘자,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려온 미국 산업계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앞다퉈 일·가정 양립 환경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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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인사관리협회(SHRM)가 미국 내 기업 4200여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보육시설을 제공하는 기업 비중은 2019년 26%에서 2023년 32%로 증가했다. 워싱턴DC에서 사내 보육시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수는 2020~2023년 사이 47% 늘었다.

글로벌 물류 업체인 UPS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캘리포니아 라스톱에 있는 시설에서 직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보육시설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등으로 확대, 현재는 41만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서비스 도입 후 직원의 결근이 줄고 이직률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커피 업체인 레드루스터커피도 보육시설 제공 업체와 계약을 맺고 관련 복지를 제공 중이다. 2018년 나이 어린 자녀가 있던 창업자 헤이든 폴세노 헨슬리가 공동 창업자이던 아내와 논의 끝에 만든 복지였다. 당시 임신을 하거나 임신한 배우자가 있는 직원들이 늘면서 사내 보육시설 마련 필요성이 커지자 즉각 시행에 옮겼다. 보육시설 제공이 이직률이 높은 커피 업계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 판단해 현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호텔 체인 메리어트는 베데스다 본사에 어린이집을 운영, 직원에게 보육 비용을 할인해 제공한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사무실 디자인 업체 원워크플레이스도 보육 서비스 제공 업체인 업워즈와 지난해 1월 손잡고 일부 보육 시설 이용 비용을 지원한다.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보육 서비스 제공 업체인 브라이트호라이즌의 스테픈 크레이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기간 중 보육시설 서비스에 대한 고객사(기업)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이러한 관심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일하는 부모인 직원들을 업무 현장에 좀 더 쉽게 나오게 하기 위해 사내 보육 서비스 제공에 관심을 보이는 고용주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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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간병 인력업체 케어닷컴의 브래드 윌슨 CEO도 "기업들이 생산성과 직원 고용 유지 관점에서 이러한 부분(보육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근로자 5명 중 1명이 고용주의 보육·간병 복지 부족으로 퇴사했고, 같은 비율로 관련 지원이 더 많은 회사로 이직할 용의가 있다고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미 연방 정부는 재택근무를 하는 워킹 맘·대디를 위해 보육비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이러한 지원을 중단하면서 갑작스럽게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일하는 부모가 늘었다. 결국 보육·가사를 맡기 위해 줄퇴사가 이어졌다. 민간 기업들은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지자 인재들이 업무 현장에 나올 수 있도록 보육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WSJ는 "많은 선진국이 육아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미국은 많은 부분을 고용주의 손에 맡기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유아 1인당 국가가 제공하는 돌봄 비용은 미국이 900달러(약 122만원)로 1위인 스웨덴(1만6100달러)의 6%도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은 OECD 국가 중에도 법적 유급 출산휴가조차 없는 유일한 국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연방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을 받는 기업의 경우 직원에게 제공할 보육 시설 계획을 마련하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정부가 직접 보육 시설을 갖추기 쉽지 않다 보니 기업에 책임을 다하도록 한 조치였다.

민간 기업이 직접 나서서 보육 환경을 구축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압도적이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 근로자 중 보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2%로 10년 전 10%에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가구당 평균 보육 관련 지출액은 2019년 이후 최근까지 30% 증가해 자녀가 있는 가구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당파 비영리 단체인 '강력한 미국을 위한 위원회'는 미국 내 유아 보육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을 연 122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2018년 같은 조사에서 나온 연간 비용인 570억달러의 2배 수준이다. 이 단체는 "코로나19와 불충분한 정책적 노력으로 인해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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