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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선거와 투표

[주간政談<상>] '대파'부터 여사 '비밀' 투표까지…민심 못 읽은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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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민주당 등 범야권 '압승'…與 '참패'
야권, 김건희 여사·사퇴한 한동훈 등 표적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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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실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는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총선 결과에 대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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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국민의 선택은 '정권 심판론'이었다. 지난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300석 가운데 단독 과반이 훌쩍 넘는 161석을 차지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4석을 합하면 175석으로 '거대 야당'이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비명횡사 논란으로 흔들렸던 리더십 회복과 함께 존재감을 더욱더 키웠다. 조국혁신당도 비례 12석을 확보하며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범여권 200석 가능성을 예측했던 출구조사보다는 조금 못미친 결과다. 국민의힘은 비례 18석을 더해 모두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11일 전격 사퇴했다.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쇄신을 약속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참모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총선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대통령실도 말을 아끼면서 당혹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물론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서운 민심이 표심으로 나타나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앞으로도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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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참모진은 총선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뒤 인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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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에 대통령실 '씁쓸'..."여사 투표 사진 공개는 언제?"

-대통령실은 총선 이후 분위기가 어때?

-참모진은 말을 아끼고 있어. 연락도 잘되지 않아. 총선 전부터 대통령실이 목표로 했던 '과반 의석 확보'는 어려울 거라고 보긴 했는데 야권에 크게 질 줄은 몰랐던 것 같아. 민주당이 계파 갈등으로 시끄럽던 지난 2월 중순까지만 해도 대통령실은 '140석 정도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만만한 분위기였어.

-대통령실에선 아침마다 대통령 일정을 출입기자단에 소개하는 '티타임'을 해왔는데, 총선 이후 이틀 연속 하지 않았어. 그동안에는 공개 일정이 없더라도 대통령실 관계자가 '공개 일정이 없다'며 얼굴이라도 비추며 취재진과 소통해 왔거든. 참패 충격으로 의욕이 조금 떨어진 것 같아.

-메시지는 비교적 빨리 나온 편이야. 총선 다음 날 오전 10시 40분께 이관섭 비서실장이 브리핑룸에 내려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으로, 평이한 내용이었지만 국무총리를 비롯해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급 참모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걸 보면 총선 결과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윤 대통령은 다음 주께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시 한번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과 향후 국정 쇄신 방향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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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개편과 중폭 이상의 개각 등 인적 쇄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4월 11일 이관섭 비서실장과 이도운 홍보수석, 김수경 대변인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의 4.10 총선 결과 입장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으로 입장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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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안팎으로 정책 능력과 정무 감각이 뛰어나고 대통령 신임도 두터운 걸로 알려졌어. 다만 상징적인 의미로 교체가 불가피해 보여. 이 비서실장은 정권 출범 이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시작해 1년 넘게 대통령을 보좌해서 그에 따른 피로감도 있을 것 같아. 또 정무·홍보라인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만큼 한오섭 정무수석과 이도운 홍보수석도 이번에 교체될 걸로 보여. 성태윤 정책실장이나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은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유임될 것 같아. 새 비서실장으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들로 '쇄신'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들어.

-대통령실 조직 개편도 예상돼. 가장 주목되는 건 대통령 배우자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이야. 올해 1월 대통령실은 김 여사 논란 수습 차원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야. 또 고위 공직자 비리를 감시하는 민정수석실 부활도 쇄신 방안 중 하나로 오르내리고 있어. 이 외에 이주호 사회부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정식 고용노동부·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현 정부 초대 장관들도 교체할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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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에서 김검희 여사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2년 5월27일 서울 용산구 용산구의회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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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쇄신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실의 의사 결정 과정과 리스크 관리 문제를 뜯어고쳐야 할 것 같아.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핀 대파 논란이나 '이종섭 대사 임명' 등 이슈가 터질 때마다 대통령실이 과잉 대응하거나 민심을 읽지 못해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아.

-최근 들어 단적인 예는 김건희 여사의 사전투표야. 온라인상에서 김 여사가 지난 5일 서울 이태원1동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는 얘기가 처음 나왔고, 대통령실은 비공식적으로만 이를 확인해 줬어. 현재까지도 관련해 공식적으로 나온 건 없어. 대통령실 전속 사진기사가 투표하는 김 여사 사진을 후다닥 찍었다는 얘기도 들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사진을 공개하는 게 시점상 좋지는 않아 보여. 하지만 실제로 사진을 찍지 않았거나 사진이 있어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역대 정권 최초로 대통령 배우자의 총선 투표 사진은 없는 게 되겠지. 김 여사의 '조용한 투표'는 총선 전에 여사 리스크만 부각된 꼴이라, 차라리 대통령과 김 여사가 평범하게 나란히 투표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낮지 않았을까 싶네. 대통령실은 그동안 문제가 터지면 경직되게 대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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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에 위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계양을 후보의 개표 상황실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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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딸도 털자!"...범야권 과반 의석에 흥분한 지지자들?

-4·10 총선 당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상황실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가 들렸다고?

-맞아. 지난 10일 이 대표는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에 개표 상황실을 열었어.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에 있었고, 계산동 상황실에는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 곧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의 의석수 과반이 예상된다는 결과가 발표됐어. 지지자들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지. 이어 이 대표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를 10%P 넘는 차이로 앞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더 큰 박수 소리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어.

-지지자들은 이후 차례로 발표된 민주당 후보들의 선전에 손뼉을 치며 "됐다!" "이겼다! 이겼어!"라며 크게 웃었어. 한 지지자는 "한동훈 딸도 털자!"라고 외쳤어.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는데 곧 지지자들 사이에선 동조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지. 한 전 위원장 자녀에 대한 언급은 조국혁신당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앞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회 입성 시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예고한 바 있거든. 당시 조 대표는 '한 전 위원장 딸 논문 대필 의혹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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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오른쪽)는 4·10 총선 출구조사 발표 직후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진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조 대표. /남용희·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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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에서는 실제로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

-맞아. 조 대표는 총선 출구조사 발표 직후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고, 이튿날에는 "한동훈 특검법 등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민주당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어. 백승아 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지난 11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윤·김·한(윤석열·김건희·한동훈) 특검법, 이태원 특별법, 채 상병 국정조사, 노란봉투법, 간호법 등 관철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기도 했지. 민주당에서도 이에 동참하겠다는 목소리가 솔솔 나오고 있어. 김민석 민주당 서울 영등포을 당선인은 지난 12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한동훈 특검법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했거든.

-범야권 입장에서는 한동훈 특검에 대한 지지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 한 전 위원장 자녀에 대한 의혹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법부가 나서서 특검이라는 제도를 활용할 만한 사안이냐는 거지. '조국이라는 개인의 복수에 입법 기관이 끌려다니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해. 한동훈 특검법이 발의된다면 여당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결국 정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걸로 보여. 복수와 분열의 정치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일반 국민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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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다음날인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면서 사퇴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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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참패…'사퇴' 한동훈의 마지막 퇴근길

-4·10 총선 결과는 국민의힘의 대패, 참패라는 평가가 많아. 이에 따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어. 당내 반응은 어때?

-사실 의원들은 선거 참패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야. 한 전 위원장 사퇴에 대해서도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와. 이번에 당선된 한 의원은 "큰 정당선거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을 땐 선거 책임자가 사퇴로 책임지는 게 관례이자 지지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말을 아꼈어.

-한 전 위원장은 어땠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은 별다른 말이 없었어. 패배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여러분들이 분석하시라"고, 대통령실과 공동책임이 있냐는 질문에는 "오롯이 제 책임"이라고 언급했지. 기자회견은 그렇게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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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총선 결과에 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눈을 질끈 감은 그의 표정에서 착잡한 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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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은 더 없었어?

-이어 취재진이 당사 1층 입구에서 한 전 위원장을 기다렸지. 한 전 위원장은 20여 분 후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는 대기하던 취재진 한명 한명 모두와 악수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어. 손에 밴드가 여러 개 붙어있었던 게 기억나. 선거 때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더라고. 건물을 나서는 그를 취재진이 따라갔지만, 별다른 이야기는 추가로 없었어.

-마지막 퇴근길이 됐구나. 화려하게 데뷔했는데 100여 일 만에 쓸쓸히 퇴장했네. 향후 계획이 있을까?

-일단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뭘 하든 나라 걱정을 하겠다"고 했어.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어. 이날 한 기자가 한 전 위원장의 경호원에게 "이제 끝이냐"고 물었는데, 그 경호원이 "아직 (일정이) 하나 더 남았다"고 답했다고 해. 사퇴 이후 한 전 위원장은 어디로 향했을까? 경호가 필요한 일정이 대체 무엇이었을지 궁금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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