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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의료파업으로 아내 잃어… 딸 생일이 엄마 제삿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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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잃은 한 가장의 사연 올라와
"대형병원 응급의 없어 중소병원"
"입원한 아내, 사흘째 돌연 사망"
"단순몸살인 줄 알았는데 신부전"
"대형병원 못 가 치료 기회 잃어"
한국일보

의료 파행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A씨 아내의 빈소.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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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료 파행이 빚어져 아내를 잃었다는 한 가장의 사연이 알려졌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료 파업으로 저는 아내를 잃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A씨는 자신을 동갑내기 아내와 함께 살며 열네 살, 열 살 딸을 키우고 있는 가장이라고 소개했다.

A씨에 따르면 사흘 전인 8일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A씨의 아내는 몸이 너무 안 좋아 119를 불러 집 근처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집 근처에는 대형병원이 있었지만 아내는 그보다 멀리 떨어진 중소형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 파업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에 진료를 볼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A씨는 지방 근무가 잦아 아내가 두 아이 양육을 도맡아왔다. A씨는 "아내는 평소에도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이왕 입원한 것 몸 관리 잘하고 푹 쉬고 나오라고 이야기하고 볼 일을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부터 아내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A씨는 장인어른으로부터 아내 상태가 위중해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땐 면회가 불가했다. 이튿날 오전 3시쯤 간호가가 급하게 A씨를 찾았다. 아내가 심정지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한다고 통보했다. A씨의 아내는 입원한 지 사흘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병원은 A씨 아내의 사망 원인을 간부전과 신부전으로 판단했다. A씨는 "아내가 처음 간 중소병원에서 피검사 등 여러 검사를 진행했지만 이상이 없다고 판단돼 단순 몸살로 입원했다"며 "아내가 계속 힘들어하자 병원에서는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부전으로 몸에 노폐물이 쌓이고 있는데 그걸 방치하고 수면제만 놓은 셈"이라며 분노했다.
한국일보

A씨의 둘째 아이가 엄마를 위해 만든 액세서리가 A씨 아내 재단 위에 놓여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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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의료 파행으로 아내가 치료받을 결정적 순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의료 파업이 없었다면 대형병원에 갈 수 있었을 것이고, 투석을 하든 간 이식을 받든 아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저께까지만 해도 두 아이와 수영천을 걷고 벚꽃 구경한 사진을 올릴 정도로 멀쩡하던 사람이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심정지라니 청천벽력같다"며 "꽃같은 45세에 떠난 제 아내는 둘째 딸 아이 생일이 자신의 제삿날이 됐다"고 절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가슴이 아픈 사연", "언제든 나와 내 가족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일같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의료 대란 때문에 가족을 허망하게 보내는 사례가 너무 많아지고 있다", "환자 생명을 외면하면서까지 파업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뭔지 모르겠다", "의료 대란 해결은커녕 정부가 자존심만 세우고 있으니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의료계와 정부를 향해 성토를 쏟아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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