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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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며 "선거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는 이어 나가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
한 위원장은 여당의 기록적 패배가 확정된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검은색 정장에 회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그는 피로감이 심한 듯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회견 중간중간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위원장은 "함께 치열하게 싸워주고 응원해준 동료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료들, 당선되지 못한 우리 후보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가 국민께 드린 정치개혁 약속이 중단 없이 실천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그는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국민만 바라보면 길이 보일 거라 생각한다"며 "100여 일간 저는 모든 순간이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향후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게 "특별한 계획이 있지는 않고, 어디에서 뭘 하든 나라를 걱정하면서 살겠다"고 답했다. '정치는 계속하느냐'는 질문엔 "제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총선 유세 당시 선거 이후 해외 유학설, 축출설 등을 일축하며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또 '총선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엔 "제 책임"이라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이후 회견장에 서 있던 당직자들과 한 명 한 명 악수하며 인사를 나눈 뒤 퇴장했다.
이로써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래 107일 만에 정치 일선에서 내려오게 됐다.
그는 악조건에서도 '86 운동권 청산론'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등 여러 슬로건을 내세우며 정치지도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실발(發) 각종 악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선거 후반 네거티브에만 의존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날 한 위원장에 이어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뜻을 밝혔다. 장 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난다"며 "모든 질책과 비난까지도 다 제 몫"이라고 적었다. 박은식·윤도현 위원 등 비대위원들도 이날 줄줄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한 위원장 대신 국민의힘을 이끌 차기 당대표 주자로는 비윤석열계 5선 나경원 당선자(서울 동작을), 4선 안철수 당선자(경기 성남분당갑) 등이 거론된다. '낙동강 벨트' 최대 격전지였던 경남 양산을에서 승리한 4선 김태호 당선자, 서울 용산에서 5선에 성공한 권영세 당선자, 대구·경북(TK) 지역 맹주가 된 6선 주호영 당선자(대구 수성갑)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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