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종신보험 등 상품이해 어려워”
車보험 등 소액 단기상품만 가입해
디지털 5개사, 작년 2304억 순손실
“설계사 영업 고착화, 부작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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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사 명모 씨(36)는 보험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동차 보험을 갱신하고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다. 하지만 실손, 종신보험 등에 가입할 땐 보험설계사를 만나 상품 설명을 듣고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명 씨는 “5년 이상 납입하는 보험은 설계사의 설명을 여러 번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걸 어떻게 온라인으로 가입하냐”며 “여행, 자동차 보험 이상의 상품을 모바일로 가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험업계가 13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지만 디지털 보험사들은 2300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납입 기간이 길고 상품 구조도 복잡해 소비자들이 대면 가입을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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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캐롯·카카오페이·신한EZ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등 디지털 보험사 5곳은 지난해 총 2304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적자 폭은 전년(1801억 원)보다 약 28% 늘어났고 흑자를 거둔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 보험사(생보사 22곳·손보사 31곳)가 1년 전보다 약 45.5% 늘어난 총 13조357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과 대비된다.
디지털 보험사는 전체 계약 건수나 수입 보험료에서 90% 이상을 온라인, 우편, 전화 등 비대면 채널로 모집하는 회사다. 2013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국내 첫 디지털 보험사로 설립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수익 모델을 뚜렷하게 확보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비대면 영업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권보다 상품이 다양하고 보장 범위도 제각각이라 대면 채널 위주로 가입, 상담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 1월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보험 상품 가입 비중은 생명보험 0.6%, 손해보험 6.2%로 은행(74.7%), 증권·자산운용(83.6%)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여행자·휴대폰·자동차 보험 등 소액 단기 보험 위주로 파는 건 대면 채널의 영향력이 여전히 절대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면 채널 일변도인 기존 보험사의 영업 행태에서 탈피한 디지털 보험사가 나와야 보험업권 전반의 새로운 경쟁과 혁신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의 시장 구조가 고착화돼 있기 때문에 보험사 간 설계사 영입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보험업권의 혁신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판매 인력 확보를 위해 회사 간 과당 경쟁이 이어져 보험 서비스의 혁신이나 시장 효율성이 저해되는 상황”이라며 “설계사의 잦은 이직이 부당 승환계약 등의 불완전판매나 민원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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