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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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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텃밭 뛰어든 생보사, 건강보험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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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생명보험사가 건강보험 시장 공략에 매진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암보험, 질병보험 등 가입자 건강 관련 비용을 항목마다 일정 금액만큼 보장하는 보험이다. 전통적으로 손해보험사가 강세를 나타내는 분야지만 올해 들어 주요 생보사가 출시한 건강보험 상품이 대형 손보사보다 많아졌다. 생보사들이 기존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 대신 건강보험에서 작심하고 상품을 쏟아낸 결과다. 이를 위해 생보사들은 설계사들의 건강보험 판매에 대한 수수료와 수당도 강화하며 손보사와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대 생보사가 지난 1분기 새롭게 출시한 건강보험 상품은 전년 동기보다 약 2배 늘어난 7개로 집계됐다. 반면 절대 숫자로 많은 이른바 '빅5' 손보사(삼성·DB·현대·KB·메리츠)는 올 1분기 6개의 건강보험 상품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8개)보다 줄어든 숫자다. 반면 생보사는 기존 주력 상품이던 종신보험의 경우 작년 1분기만 해도 무려 6개 신상품을 쏟아냈지만, 올 1분기에는 단 1개도 출시하지 않았다. 보험사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올해부터 건강보험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보장은 늘리고 보험료를 내리는 등 건강보험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설계사들에게 제공하는 영업 인센티브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생보사 건강보험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한화생명이 올해 첫 신상품으로 출시한 '한화생명 디에이치 건강보험'은 최근까지 누적 판매 건수가 15만건에 달한다.

건강보험은 질병이나 상해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생보사와 손보사가 모두 취급할 수 있다. 과거 2000년대 초기만 하더라도 건강보험에서 생보사 점유율이 70%대로 손보사를 압도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생보사들이 새 먹거리로 종신보험에 집중하는 사이 손보사들이 실손보험 특약을 무기로 다양한 건강보험 상품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건강보험 시장에서 손보사 점유율은 71.3%를 기록했다. 상품별 판매 비중을 보면 암보험은 생보사가 79.7%로 선점하고 있지만, 질병보험과 상해보험은 손보사가 70%가량을 차지했고 어린이보험(88.3%)도 손보사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생보사들이 건강보험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저출생·초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종신보험 성장세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당국의 감독 강화로 환급률을 낮추면서 상품의 매력이 떨어졌다. 반면 건강보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고 생활과 밀접한 담보가 많아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종신보험 명가인 삼성생명도 건강보험 1위 달성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계약 CSM(계약서비스마진)에서 종신보험과 건강보험의 비중이 60대40인데 이를 올해 40대60으로 바꿀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이날 간병과 치매 등 건강보험 성격의 특약을 내세운 신상품을 한꺼번에 3개나 내놨다. 대형 생보사에서 '3종 출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교보생명은 창사 이후 최초로 '건강보험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제도에서 CSM을 높이려면 수익성 책정에 유리한 건강보험 상품 판매 확대가 필수"라며 "이익 창출 측면에서도 건강보험이 종신보험보다 많게는 2배가량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보사의 도전에 대해 방어전에 나선 손보사 역시 건강보험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업권별 당기순이익에서 손보사가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째 생보사를 앞질렀다. 보험료 수입도 손보사가 작년에 125조2107억원을 거두며 처음으로 생보사(112조4075억원)를 넘어섰다. 보험사 관계자는 "손보사는 40대 미만 고객을 다수 확보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상품 개발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손보사가 독주해온 건강보험 시장에 생보사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넓어지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판매 경쟁이 심화하면 불완전판매나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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