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보육문제, 종교시설 돌봄서비스가 해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감경철 CTS기독교TV 회장이 저출생 시대 교회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다. CTS기독교TV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감 장로, 피할 일이 아니네. 파산 지경에 놓인 CTS를 맡아주게."

1998년 외환위기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생 종교채널마저 덮쳤다. 1995년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연합해 만든 CTS기독교TV는 개국 3년만에 수백억 원의 부채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월세도 수개월째 밀려 쫓겨날 지경이었다. 당시 광림교회 김선도 담임목사는 광고업을 하던 사업가 장로에게 경영을 맡겼다. 그가 감경철 현 CTS기독교TV 회장(81)이다. 과감히 사재를 턴 감 회장은 채권 은행단을 찾아가 읍소하며 부채 상환 만기를 연장했고 2008년에야 경영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았다. 이제는 국내 종교방송사 중 채널 평가 1위의 정상에 올랐다.

지난주 노량진 사옥에서 만난 감 회장은 또 다른 백년대계를 꿈꾸고 있었다. 최근 성황리에 끝난 광화문 부활절 퍼레이드를 세계적 축제로 만들고,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문제에도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구상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부활절 퍼레이드가 있었지만 한국에는 성탄절 외에는 밖에서 하는 부활절 축제가 전무했죠. 교회끼리만 실내서 혹은 예배당 안에서 잔치를 했어요. 폐쇄적인 실내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가야만 믿지 않는 사람들도 복음의 기쁨을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지난달 말 1만5000명이 광화문에서 시청 일대를 행진했다. 참여 인원은 지난해 첫회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중국 크리스천이 1억명이 넘어요. 보이지 않게 급증하고 있죠. 동남아와 일본도 이런 축제를 우리나라에 와서야 볼 수 있을 겁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부활절 축제가 될 수 있지요."

그는 "불교계 연등축제와 부활절 문화축제는 정치집회로 얼룩진 광화문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은 이 땅에 복음이 들어온 지 140년이 되는 해다. "명실공히 한국교회 모든 교단이 참여하는 기독교문화축제가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죽음의 문화를 깨뜨리고 생명의 문화를 일깨우는 '부활의 북소리' 행렬들이 신명나게 펼쳐질 것입니다."

감 회장이 오래전부터 매달린 사안은 기독교 문화 전파뿐이 아니다. 국가적 재앙이 된 저출생 문제에도 '진심'이다. 3남매와 손주 8명을 둔 그는 2006년부터 '생명과희망의 네트워크'를 만들며 광야의 목소리처럼 홀로 저출산 극복을 외쳤다. 2010년 '출산장려국민운동본부', 2022년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에 이어 지난해에는 사단법인 '행복한 출생 든든한 미래'를 발족시켰다. 현재는 종교시설 내에 아동돌봄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입법 청원 운동을 벌여 36만명이 서명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나라도 교회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감을 오래전부터 토로했지요. 정계나 교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공감은 하지만 그 이상 진전이 없었습니다. 50년, 100년 뒤의 일이라 생각한 거죠. 근데 벌써 재앙이 시작됐습니다. 한국교회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구체적으로 해보자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주택문제, 보육문제, 교육문제가 있다. 이 가운데 0~3세 보육문제를 종교시설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교회의 경우 '주중에는 돌봄, 주일에는 예배'를 볼 수 있도록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간 사설업체는 수익이 나지 않아서 돌봄 시설을 감당할 수 없어요. 국가가 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죠. 훈련된 종교인들이 직접 돌봄 자격증을 받아서 0~3세 영유아를 돌본다면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서 할 수 있지요."

그는 "여야 의원이 사명감을 가지고 입법 발의를 해주기로 했다"며 "5월 임시국회에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종교의 반대에 대해서는 "교회가 돈 벌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하는 것이니 종교 간 장벽이 어디 있겠냐"고 되물었다.

"아이는 부담이 아니라 축복입니다. 이것은 기독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들도 모두 공감하는 메시지죠."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향휘 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