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대인 미디어미래연구소 고문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현 선방위의 ‘월권·과잉심의’ 논란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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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1’과 ‘대파 875원’ 보도가 선거방송 심의 안건으로 올라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다.”
2020년 제21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장을 지낸 강대인 미디어미래연구소 고문은 제22대 총선 선방위의 ‘월권·과잉심의’ 논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강 고문은 현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이 되는 방송위원회 초대 부위원장과 2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선방위는 대선·총선 등 선거기간에 선거 관련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기구다.
현재 운영 중인 제22대 총선 선방위(백선기 위원장)는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만 무더기로 법정 제재를 내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음달 10일까지 운영되는 현 선방위는 현재까지 역대 최다인 18건의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강 고문이 위원장을 맡은 전 총선 선방위에서는 2건의 법정 제재가 나왔다. 강 고문은 “마치 기간 내 빨리 처리해서 어디에다 보고하듯이 할 필요가 없다”며 “심의를 해도 지금처럼 하면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거나 침해할 소지가 커지게 된다”고 했다.
특히 현 선방위가 선거와 관련이 없는 방송까지 정부·여당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법정 제재를 의결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 고문은 “(선거 방송이 아닌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등에서 다루면 되는데, 왜 이것을 선방위에서 다뤄야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며 “정치적 편향성에 기대지 않으려고 하면 시비될 것이 없다”고 했다. 강 고문을 지난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21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대인 미디어미래연구소 고문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현 선방위의 ‘월권·과잉심의’ 논란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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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선방위에서 MBC ‘미세먼지1’ 보도에 대해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또 MBC의 ‘대파값 논란’ 보도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것들이) 심의 안건으로 올라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다. 심지어 MBC ‘복면가왕’ 9주년 방송이 조국혁신당을 연상시킬 것을 우려해 불방된 것은 코미디다. 후보자나 후보를 낸 정당들을 다루는 방송 내용이 공정성, 균형성 등을 훼손시킬 만큼의 위험도가 드러났을 때 선방위가 안건으로 다룬다. 우리 사회에 정치하고 연결이 안 돼 있는 게 어디 있겠나. 그렇게 치면 모든 뉴스가 다 정치하고 관련이 있다. (선거 방송이 아닌 것은) 방심위나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등에서 다루면 된다. 왜 이것을 선방위에서 다뤄야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가더라.”
- 말대로 선거방송이 아닌 것을 왜 선방위에서 다루냐는 ‘월권 심의’ 논란이 있다. 현 선방위원들은 회의에서 “사실관계가 틀리지만 않으면 모두 안건화하자” “민원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얘기했다. 지난 총선 선방위에선 어떻게 했나.
“(안건을 올리기 전) 사무처에서 사전에 검토한다. 예를 들어 민원이 10건이 들어오면 이 중 6건 정도는 안건화하고 나머지는 안건이 안 되는 것이다. 지난 선방위 때는 ‘민원이 왜 빠졌냐’며 민원인이 이의제기를 한 적 있다. 그때 선방위원들이 다시 검토해 몇 건을 부활시켰다. 그렇게 다룬 적은 있지만 민원이 제기된 것을 다 안건으로 올리라는 것은 맞지 않다. 사무처 직원들은 누구보다도 선거방송심의규칙 조문을 잘 아는 전문가들인데 그들이 걸러낸 안건에 대해 논의하는 게 맞다. 그 사람들을 못 믿는다고 하면 사무처를 두지 말아야 하나.”
- MBC ‘미세먼지1’ 보도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발언 보도 등에 대해 민원을 넣은 주체가 국민의힘이었다. 지난달 방심위에 접수된 정당·단체 민원 총 189건 중 국민의힘이 제기한 것이 137건이라고 한다.
“지난 총선 선방위에선 정당이 민원을 낸 경우가 거의 없었다. 왜 이미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여당이 민원을 무더기로 제출하나. 이해당사자 개인이 자신의 기본권을 보호받는 장치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 중 공론화해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사무처가 판단했을 때 안건이 되는 것이다. 만에 하나 야당이 그런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21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대인 미디어미래연구소 고문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현 선방위의 ‘월권·과잉심의’ 논란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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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방송에 부합하는 안건이더라도 전반적으로 과잉 규제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현재까지 선방위가 의결한 법정제재가 18건이다.
“지난 선방위에서는 논쟁거리가 있는 것에 대해선 쉽게 결정하지 않았다. 긴 시간 후 결정이 나더라도 다음 회의 때 재차 논의하자고 하는 등 숙의 과정을 더 거쳤다. 특히 법정 제재를 의결한다면 방송사는 타격을 받지 않는가. 법정 제재를 결정할 때 마치 기간 내 빨리 처리해서 어디에다 보고하듯이 할 필요가 없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선방위원 구성 편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다. 방송 관련 협회가 추천하던 관행을 깨고 TV조선에서 위원 추천을 받았고 학계·언론인 단체·시민단체 등 추천 단체에 대해 여야 위원들 간 합의가 부족했다고 한다.
“방심위가 선방위원을 선정할 때 균형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 추천 단체에서도 가능하면 정치적 편향성이 노골화되지 않는 인물을 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종편에서 한 쪽으로 치우쳐서 토론하는 패널을 선방위원으로 세우면 어떻게 되겠냐. 선방위가 가지는 취지나 운영 방향성과 맞는 인물을 각 단체에서 보내주는 게 맞는데 문제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을 보낸다는 것이다. 적절한 추천 단체를 정하고 전문성이 있는 위원이 추천되도록 내부 규정이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
- 선방위가 악용될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개선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선방위원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겠다. 하지만 그보다 선거방송 및 방송 심의가 존속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방송 내용 심의를 정부가 관여하는 기관에서 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위배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있다. 지금까지는 방송 매체가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니 내용에 대한 공적 규제와 제재가 필요하다는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심의를 해도 지금처럼 하면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거나 침해할 소지가 커지게 된다. 미국의 경우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 국가기관은 따로 없고 민간 기관인 미국방송협회(NAB) 내부 규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심의한다. 이같이 더 민주적인 사회로 가려면 정부의 방송 내용 심의에 대한 위헌적 소지들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들이 본격화돼 더욱 더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 이태원 참사도 ‘선거방송’ 제재···폭주하는 선방위, 어쩌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3230800001
☞ [단독]‘윤 대통령 대파값 논란’ 다룬 MBC보도, 방심위에 민원 접수됐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403261201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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