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후폭풍] 긴박했던 계엄 상황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얼굴로, 벙커 참석자들 침묵속 상황 지켜봐”
계엄사령관은 별도 공간서 지휘
金국방,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되자… “다들 있을 필요 없다” 복귀 지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엄군 차량 뒤로 군 헬기가 경내로 비행하고 있다. 2024.12.4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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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26사태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3일 밤∼4일 새벽. 상당수 군 간부들도 계엄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면서 국군의 ‘심장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일대는 충격과 긴장, 혼란이 교차했다. 군 내에선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 계엄군 부대 지휘관들만 계엄 사실을 사전 공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9월 장관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계엄 공세에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 군이 과연 따르겠나. 저라도 안 따를 것”이라며 ‘거짓 선동’이라고 맞받아쳤다. 10월 군사법원 국감에서도 “여소야대 국회에선 현실적으로 계엄 선포를 할 실익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계엄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스스로 말을 뒤집은 것이다.
● 金 국방 등 50여 명 합참 지하벙커에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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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3일 밤 오후 11시 25분경 국방부 직원 전체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김 장관의 비상소집 명령이 전달됐다. 앞서 오후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기습 선포한 데 이어 오후 11시 23분 박 사령관이 계엄사 포고령을 발표한 직후였다. 국방부 당국자와 직원들은 자정을 넘긴 시각 다급하게 국방부 청사로 속속 달려왔다.
같은 시각 합참 청사 지하 3층의 전투통제실에는 김 장관과 김명수 합참의장, 김선호 국방부 차관 등 군 지휘부와 국방부 실·국장, 합참 본부장과 영관급 실무자 등 50여 명이 모였다.
김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상대에 따라 반말과 높임말을 써가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한 소식통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 상황을 보고받거나 대통령실에 보고하면서, 계엄 지휘부에 후속 지침을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장관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주재하거나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참석자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얼굴로 침묵 속에 무장 계엄군의 국회 진입 관련 TV 뉴스와 휴대전화만 쳐다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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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식통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총장은 합참 내 다른 계엄 상황실에서 계엄군을 태운 군용헬기의 국회 도착부터 계엄군의 경내 진입 작전을 지휘한 걸로 안다”고 했다.
육사 46기인 박 총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초고속 진급을 했다.
이후 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되자 김 장관은 휴대전화 통화 후 “다들 있을 필요가 없다”며 복귀를 지시했다고 한다. 김 장관은 4일 하루 종일 청사 집무실을 지키다 오후 6시 14분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군 소식통은 “김 장관과 일부 추종세력이 계엄 사태를 기획·연출부터 지휘까지 주도했고, 다수 국방부와 합참 당국자들은 그 ‘들러리’가 된 격”이라고 했다.
● “무장 계엄군 280여 명 국회 진입”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의 소속과 규모에 대해 군 고위 관계자들도 “사전 정보가 일절 없었고 전혀 모른다”고 했다. 심야에 국회에 수백 명의 계엄군과 군용헬기, 트럭이 들이닥치는 사태가 고위 관계자들도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계획, 진행됐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발표와 현장 사진, 영상 등을 종합하면 육군 특전사 예하 707특수임무단, 제1공수특전여단, 특수작전항공단, 수방사 제35특수임무대대와 군사경찰특임대대 등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실은 이들이 소총과 파괴용 산탄총 등으로 무장했다고 전했다. 계엄군의 실탄 보유 및 총기 장착 여부에 대해 일각에선 공포탄과 모의탄만 소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수작전항공단 소속 UH-60 헬기 여러 대도 동원돼 계엄군을 국회로 실어 날랐다. 박 의원은 “당시 헬기 총 12대가 총 24회에 걸쳐 병력을 실어 날랐다”고 했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은 “3일 밤∼4일 새벽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은 1차로 230여 명, 2차로 50여 명 등 총 280여 명이었다”고 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지호 경찰청장은 계엄령 발표 4시간여 전인 전날 오후 6시 20분경 대통령실로부터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 청장은 대기 사유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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