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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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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역대급 '비호감' 총선…투표만이 정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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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왔다. 향후 4년 새로운 의회 권력의 향배를 가를 4·10 총선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2대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은 유권자의 '한 표'가 모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그 정치적 의미와 무게감이 막중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총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을 쓸 처지에 놓였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책 대결은 실종된 채 막말과 선동, 헐뜯기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되풀이됐다. 상대 당을 무조건 악마화하거나 희화화하는 극단적 진영정치의 행태 속에서 어렵게 꽃피워온 정당정치와 선거민주주의가 급격히 퇴조할 조짐마저 보인다. 비정상의 정치를 바로잡고 '일하는 국회'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이번 총선은 정책도, 감동도, 인물도 없는 3무(無) 선거로 통칭된다. 오직 서로 상대를 심판한다는 프레임 공방만 오갈 뿐, 선거 이후 국가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과 방향성이 도무지 읽히지 않는다. 물론 이번 선거는 정치적 측면에서 집권 3년차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와 21대 의정을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공존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범야권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외치고, 여당은 거야(巨野)를 겨냥해 '이(이재명)·조(조국)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심판 프레임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지난 대선의 극심한 진영선거와 대결 양상을 되풀이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총선은 한국 정치의 근본적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시대정신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 유념했으면 한다. 21대 국회는 거대 양당의 진영논리와 팬덤 정치에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대립과 반목으로 치달으면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양극화 정치에 종지부를 찍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이번 총선에 담긴 중요한 함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는 22대 국회에서도 양당 정치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애초 양당제 극복을 명분으로 내걸고 등장한 제3지대 신당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들이 벌써 나온다.

정치는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워내는 것이고, 선거가 그 수단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 양상이지만 그럴수록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냉정한 선택이 필요하다. 유권자 10명 중 3명이 이미 한 표를 행사했지만, 나머지는 소중한 주권 행사를 남겨둔 상태다. 정당만 보고 도장을 찍는 행태에서 벗어나 후보들의 공약과 인물 됨됨이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그것도 없으면 차악을 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앞으로 4년간 나라와 지역을 위해 뛰어줄 일꾼들을 찾아내 정치 효능감을 살려내는 게 절실하다. 막연히 싫다고 외면하면 더 나쁜 정치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투표만이 우리 정치, 나아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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